임신 테스트기에 울고 웃고
"어머님이 엄청 큰 코끼리 꿈을 꾸셨다는데, 임신이 된 거 아닐까?"
2017년 1월에 결혼한 우리 부부에게는 당분간 임신 계획이 없었다. 각자 일에 좀 더 집중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담낭 수술을 했고 고민 끝에 다니던 회사를 퇴사했다. 내 나이 서른, 앞자리 숫자가 '3'이 되자 새로운 무언가를 도전해야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버킷리스트였던 책 한권을 내기 위해 1년간 책을 쓰며 하고 싶었던 공부를 했다. 어학공부, 자격증 공부 등
첫 책 <멋진 어른여자> 출간과 동시에 평소 궁금했던 과자회사의 마케팅 포지션으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놓치기 싫은 기회였고 사회경험을 더 쌓기위해 경력직으로 입사를 했다. 새로운 회사에 적응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기에 그렇게 또 1년이 흘렀다. 어느 덧 결혼 3년차가 되었고 슬슬 신혼생활의 재미보다는 익숙함과 지루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아이를 무척 좋아하던 우리였기에 마침 때가 온 듯했다. 그 해 아이를 가지기로 결심하고 먼저 회사에서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신혼집은 출퇴근이 3시간 반이나 걸리던 곳이어서 배가 불러오면 장거리 출퇴근은 도저히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평소 불규칙한 생리주기와 다낭성 난소 증후군이 있었던 나는 배란주기에 맞춰 몇 달을 시도해봤지만 임신이 되지 않았고 급한 마음에 산부인과를 찾았다. 신랑은 너무 성급한거 아니냐며 좀 더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젊지 않은 나이와 앓고 있던 증후군에 괜한 조바심이 났다. 내 계획대로라면 6~7월에 임신을 해야 다음 해 봄에 아이를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여름을 넘기기 싫었다. 산부인과 검사 결과, 다낭성이 심하진 않아서 큰 문제는 없을거 같다는 답변과 함께 예상되는 배란 날짜를 받아왔다. 그 시기에 맞춰 숙제를 했고 생리 소식이 없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임신 테스트기를 해봤는데 아쉽게도 한줄이었다.
'한 번에 임신 되는 경우는 드물다'는 말은 들었지만 실망스러움과 함께 화가났다. 신랑한테 "오빠도 병원에 가봐야겠어"라며 짜증을 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잠이 쏟아지고 나른한 기분이 임신이 아닐 수 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또 그 즈음해서 시어머님께서 엄청 큰 코끼리가 나오는 태몽스러운 꿈을 꾸셨다고 하기에 기대를 버리기가 쉽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다시 임신 테스트기를 했다. "엇! 두줄인데?" 하나를 더 꺼내서 또 해봤는데도 희미하게 두줄이 나왔다. 흥분한 채로 자던 신랑을 깨웠다. "임신이야! 임신이라고!" 그렇게 예쁜 아가가 내 뱃 속에 자리를 잡았다. 2019년 6월 22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