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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망토 채채 Mar 03. 2024

2024년을 맞는 마음가짐

어디에 있든 가면 돼 해왔던 대로 하면 돼

새해에 써놓고 이제야 업로드하게 되는 글. 그렇지만 아직 음력으로 1월입니다.


노래에 유난히 감정이입을 잘하는 F 200%인 나란 사람. 그런 나에게 꽂힌 노래가 있었다. 바로 래퍼 SINCE(신스)의 2집 앨범 마지막 트랙인 <No matter what>, 그리고 <My Life>. 힘들었던 나의 지난한 취준생활, (+아직까지 지속되는 이직기) 그리고 힘들었던 직장생활이 생각났다.



쉬운 게 하나 없지만
주저앉을 순 없기에
밖을 나서 다시

믿음 하나였지만
결국 하나둘씩 쌓여 다른 아침
 

- SINCE, No matter what



난 잘되길 빌어 하늘에


신스는 무명생활이 길었다. 그 기간에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어떻게 견뎠을지 도무지 가늠할 수가 없다. 아버지의 반대도 심해서 집에서 나와 혼자 지내며 음악을 하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며 생활했다고 하는데. 말이 쉽지 이게 20대 후반까지 이어지면 특히나 예술 같은 쪽에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젊은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펼치는 사람들이 많은 분야기도 하니까. 화려하기도 하고.


MNET TV, [SMTM10] TOP4 히스토리 모아보기 - 신스


그래서 더욱 공감이 갔다. 20대의 많은 부분을 나를 증명해 내고 인정받기 위해 애를 썼기에. 우리 모두 그런 단계가 있지만 나는 취준이라는 긴 터널이 정말이지 너무나도 길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욱(여전히 지금도!) 말이다. 그리고 솔직히 뭐 취업이라는 게 나의 꿈, 목표는 아니란 말이다. 그래서 더 억울했던 것 같다. 나만 빼고 어떻게 그리 잘되는 것 같지, 싶기도 하고(이것도 여전히 그렇다). 그렇지만 남의 좋은 소식은 너무나도 잘 들리고 너무나도 쉬워 보이기 마련이긴 하잖아.


왜 친구들만 잘 풀리는 건지
자랑해 대박 난 주식과 하는 일의 승진
말 안 해도 매일 일하는 날 네가 볼 땐 무직
무력감에 도망도 못 쳐 속으로 울지

- Since, Tabber - Reset (Feat. 개코, Kid Milli)



해뜨기 직전이 가장 어둡다는 말도 내겐 큰 위로가 되지 않았다. 지금 너무 힘든 걸 어떡해. 나는 충분히 할 만큼 했는데. 노력을 안 했으면 또 몰라. 최종면접에서 5번을 떨어졌으면 그냥 할 만큼 한 것 아닌가요(취업 이후를 합치면 10번이 넘는다). 100군데 넘게 쓰고, 또 쓰고, 또 떨어지고, 그래도 쓰고, 계속 쓰고, 면접보고, 떨어졌다. 그냥 계속 다음 미래를 그려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바라던 모습은 A여도, A'를, B를, C를, 정 안되면 D라도. 그냥 그렇게 내 인생의 다음 모습을 내가 쓰는 회사에 맞춰갔다.



난 잘되길 빌어 하늘에
저 위에 내 이름 없다니 억울해
갈 때까지 계속 I do that
바꿀 때까지 다 New thang
할 때까지 돈 앞 무례 가져 뭐든 I got 크게

I heard that 너 잘한다 그래
근데 왜 아직도 없어 내 손에
도대체 이해 안 가 분해
결국 혀끝에 오기가 더해

- SINCE, 탑승




동은 트여 내일도


기대하는 건 잘못이 없다. 그 당시 내가 할 수 있던 거라곤 기대를 놓지 않는 일이 최선이었다. 여기서 희망을 버리면 아무것도 아닌 게 되니까. 아무리 내가 내로라하는 A기업의 최종면접까지 갔다 해도, 거기서 떨어지면 다시 0인 거니까. 취준이 어려운 건 그런 것 같다. 어딘가의 어느 전형까지 갔다고 해도 경력이 쌓이지 않고 다시 0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 그간 해왔던 노력과 투자한 시간이 마치 그냥 스르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 진공의 시간들 속에서 그냥 버텼던 것 같다.


'결국엔 다 잘될 거야'와 같은 말들은 허망하게 들리곤 했다. 손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그걸 해낸 사람이 말할 때는 꽤나 다르게 들린다. 이 노래처럼 말이다. 결과가 없는 과정의 삶을 지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날리지않아 my life
맨손에 결국 이뤄가지 better life
누가 알아주던 말던 쭉 해왔어 grind
그동안 멀어졌던 가족에게 보였던

내 현실이 조금 쓰린다해도 잘 안 풀린다해도
동은 트여 내일도
조금 쓰린다해도 잘 안 풀린다해도
동은 트여 내일도

- SINCE, My life



MY LIFE
결국엔 잘 될 것이다

- 싱글 소개 글


SINCE의 1집 정규앨범이 나오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사이에 쇼미더머니도 여러 번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였다고 한다. 쇼미 전 발매했던 정규앨범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는 하지만(딥플로우의 샤라웃), 이미 이 때도 음악활동을 시작한 지 5년째다. 그러다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나온 2021년 쇼미더머니 시즌 10에서 준우승을 거머쥐게 된다.


그를 두고 이번 시즌 프로듀서인 개코와 코드쿤스트는 “편법이란, 지름길이란 없는 사람” “계단이 100개가 있으면 100개를 다 밟고 올라온 느낌”이라고 말했다.

(...)

그는 자신을 소개할 때 “신스 고 업(Since, go up)”이라는 말을 항상 덧붙인다. 그는 “어디까지 올라갈지는 모르겠지만 한계를 두지 않고 제가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끝까지 올라가려고 한다”고 했다. 신스가 말하는 ‘위로’는 ‘더 높은 곳에 닿고 싶다’는 욕심인 동시에 팬들에게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이기도 하다.

- 경향신문 인터뷰 중 (끊임없이 자신을 위로하며 ‘쇼미’ 준우승까지… 더 위로 올라갈 신스)



타이트한 랩핑, 정확한 딜리버리, 단단한 발성은 '여성' 래퍼가 아닌 래퍼로서의 신스의 매력을 설명하기 충분하다. 거기에 더해 진솔함, 절실함이 가미된 가사가 힙합이라는 장르 그 자체에 딱 맞는다고 생각한다. 삶이 힙합이다, 뭐 그런 얘기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다 이런 힙합의 순간이 있을 거다. 나만해도 취준생 때, 야근과 주말출근으로 힘들었던 직장생활 때 가장 뛰어난(?) verse를 뱉고 다녔으니까. 하하.


[SMTM10/FINAL] 신스 - SIGN (Feat. 미란이) (Prod. 코드 쿤스트)


그녀의 쇼미더머니의 마지막 무대 중 하나는 <Sign>이었는데, 절친 미란이와 딱 둘이서 꾸민 담백하지만 많은 것이 내포된 무대였다. 두 여성래퍼가 결승무대를 함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왠지 벅차올랐지만, 결국 놓지 않는 자는 해낸다는 걸 보여주는 무대여서 더 의미가 깊었다.


다시 돌아와서. 이 노래를 들으며 그래도 그 힘들었던 시간에 대한 의미가 생각났다. 적어도 나는 그 진공의 시간들을 그냥 흘리고 때론 버티기도 하고 때론 맞서면서 적어도 나 자신에 대한 단단함, 믿음 하나는 알게 된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사실 크게 걱정은 안 된다. 뭘 하든 최선을 다할 거고, 열심히 살아낼 나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그래서, 올해의 마음가짐은 꽤나 덤덤하게도 이거다. 지금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어디에 있든 가면 돼, 무엇을 하든 해왔던 대로 그냥 하면 돼.



No matter what, 그냥 하면 돼
어디에 있든 가면 돼
해왔던 대로 하면 돼

- SINCE, No matter what


힘든 시간을 통해 얻은 건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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