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과 2025년, 같은 금리 인하 다른 풍경〉
2020년 봄, 세계는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렸다. 연준은 두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단숨에 0%대로 끌어내렸고, “무제한 양적완화”라는 전례 없는 약속까지 내놓았다. 메시지는 단순했다. “무너지지 마라, 돈은 우리가 책임진다.”
시장은 안도했다. 아니, 단순한 안도가 아니었다. 넘쳐흐르는 달러는 위험자산을 밀어올리는 동력이 되었다. 주식은 반등했고, 비트코인은 불길처럼 치솟았다. 3월의 3,800달러는 불과 아홉 달 뒤 29,000달러로 바뀌었다. 금 또한 상승했다. 8월, 온스당 2,070달러라는 당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금은 여전히 조연이었다. 주인공은 단연 유동성이었고, 그 무대 위에서 비트코인은 스타였다.
2025년의 풍경은 다르다. 이번에도 금리 인하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시장의 표정은 밝지 않다.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2020년의 인하는 “돈이 넘친다”는 신호였으나, 2025년의 인하는 “경기가 위험하다”는 경고처럼 들린다. 그 차이가 자산의 운명을 갈라놓는다.
9월 22일, 금은 온스당 3,775.1달러. 연초 2,669달러에서 불과 아홉 달 만에 41% 넘게 오른 값이다. 반대로 비트코인은 같은 날 2%가량 하락했고, 이더리움은 6% 가까이 빠졌다. 투자자들은 코인에서 이익을 거둬 금으로 옮겼다. 그들의 눈에는 금이야말로 폭풍 속에서 붙잡을 수 있는 안전한 닻처럼 보였다.
같은 금리 인하라도 맥락은 전혀 달랐다. 2020년의 인하는 “구조를 살리기 위한 돈”이었고, 그 돈은 위험자산을 떠받쳤다. 반면 2025년의 인하는 “경기를 의심케 하는 돈”이다. 그래서 금은 다시 주연으로 무대 위에 올랐고, 비트코인은 잠시 그 빛을 내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