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에 몸만 담그기 아쉬울 땐

달걀을 퐁당

by 위키워키

원래 가려한 치앙마이 북부 하이랜드 골프장이 사람들로 넘쳐났다. 예약 없이도 칠 수 있다더니 항상 통하는 건 아니었다.


1시간 넘게 달려온 터라 그냥 돌아가긴 아까워 인근 싼캄팽 온천으로 행선지를 변경했다.



https://maps.app.goo.gl/MF9aaRpgpYxHTfEH8

공원처럼 드넓은 부지에 걸쳐 꾸며놓았고 중간중간 족욕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입장하는데 차 1대당 40밧, 1인당 100밧이며(차 1대에 2명 타고 입장 시 40밧+(100밧*2)=총 240밧) 들어가서 족욕만 할 게 아니라 목욕까지 하기 위해서는 추가비용이 소요된다.

목욕 대신 온천물로 된 수영장에서 놀아도 된다. (100밧/인)

욕조 형태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65밧짜리 1인 전용 욕조를 택했다. 계획 없이 오다 보니 타월도 개당 20밧을 주고 빌려야 했다.


훌떡 벗고(?) 돌아다니는 공중목욕탕이 늘 불편한 나로서는 칸막이로 구분된 개별공간에서 느긋하게 몸을 담글 수 있다는 게 반가웠다.

욕탕 내부는 아주 청결하지는 않았지만 어차피 뜨거운 물로 한 번 씻어낸 후 사용하는 것이기에 개의치 않았다. 뜨거운 물은 정말 미친 듯이 뜨거워 파란 수도꼭지를 먼저 틀다가 뜨거운 물을 추가하는 식으로 온도를 맞춰갔다(찬물도 온천수). 유황 냄새와 열기가 훅하고 올라오는 것이 싫지 않았다.


마침내 탕에 들어간 순간 '괜히 유명한 게 아니구나' 싶을 정도로 물의 매끄러운 질감이 바로 느껴졌다. 몇 번 닿기만 해도 피부가 부들부들, 야들야들해진다. 급하게 간 터라 바디워시나 샴푸 없이 오롯이 물로만 30분 정도 목욕 했는데도 다음날까지 온몸이 보송했다.




이 좋은 물에 담글 수 있는 게 또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달걀. 욕탕 들어가기 전 매점에서 한 바구니 사서 95도짜리 온천탕에 걸어두었다.


껍질이 잘 까지도록 찬물로 씻을 곳도 마련되어 있다

목욕을 마치고 나와 긴 꼬챙이로 바구니를 건져 올렸다. 뜬금없지만 펄펄 끓는 물에서도 멀쩡한 대나무 바구니가 신기해 집으로 챙겨가기로 했다.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달걀 껍데기를 오목하게 깨트린 후, 종지그릇 삼아 조미간장까지 담으니 먹을 준비가 완료됐다.

온천으로부터 유황냄새와 습기 머금은 촉촉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싫지 않은데, 부들부들하게 잘 삶긴 달걀에서도 같은 냄새가 났다.


마침내 먹어본 한 입, 부드럽고 고소하기는 당연지사고 간장을 찍지 않았는데도 감칠맛이 느껴졌다. 맛깔난 간장까지 곁들이니 삶은 달걀을 안 좋아하는 우리인데 두 입 만에 해치웠다.




여기에선 유난히 무릎 안 좋은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관절에 좋다는 유황온천수이니 모시고 오면 탕 밖으로 안 나오실 것 같다. 삶은 달걀도 좋아하시니 언젠간 나오시겠. 마사지도 받게 해드리면 좋겠는데. 온천 후 받는 마사지의 행복은 말해 무엇할까.' 라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자잘한 요금이 들고 접근이 쉽진 않지만, 그만큼 일단 오고 나면 비용대비 특히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높을 곳이었다.




우리 부부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제 삶은 달걀을 즐겨 먹는다. 어쩌다 행선지를 바꾸었다가 입맛도 바뀐 셈. 그날의 향기를 킁킁 떠올리며 소금 아닌 간장에 찍어먹곤 하는데, 딱 한 번 경험해 본 그 맛이 뭐라고 분명한 차이를 느낀다. 뭔가 달랐던, 형언하기 어려우나 더 맛있던 달걀. 시간처럼 맛도 상대적인 게 분명하다. 무엇을 누구랑 먹는지가 제일 중요하겠지만 그다음은 역시나 '어디서 먹는지'에 달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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