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키워키 May 28. 2024

아무도 안 훔쳐갈 귀중품

그걸 챙긴 그 마음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하기로 하고 남편이 근무하고있는 지방으로의 이사를 준비하며 마음이 바빠졌다. 지난 번 이사때는 원룸에서 출발했으니 한 분만 고용했고 남편이 함께 고생을 해주어 어찌저찌 해냈는데. 이번엔 짐도 늘었고 3시간 여를 내려가야하는 장거리다.


귀중품을 따로 캐리어에 챙기라고 일러두고 잊어버렸는데 나중에 가방을 열어보고 말 그대로 빵터졌다.

 

여권을 제외하곤 아무도 안 훔쳐갈 것들만 모여있었다. 다한 통장, 내가 그린 우리 둘, 신혼여행지 호텔에서 받은 기념품 달팽이(조그매서 잃어버릴 것 같았단다), 복지포인트 보태서 사 본 나이키 커플 운동화.. 


생각해보니 우리집엔 귀중품이랄 게 거의 없긴 하다. 별다르게 챙길 게 없는데 지시를 받았으니 남편으로선 난감했을 것 같다. 다부지게 채워진 캐리어를 보며 왜인지 마음이 뭉클했다.



잊을만하면 깨닫게 되는 사실. 남편에겐 허를 찌르는 순수함과 따뜻함이 있다. 표현 할 줄 모를뿐 선하고 맑은 그 마음이 너무나 또렷이 존재하고 있다. 이 물건들을 챙긴 이 마음이 나한텐 참 귀하다.. 제일 귀해. 

작가의 이전글 우산은 따로 쓰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