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읽어야 한다

Shadow Reading

by 영어 참견러

며칠 전 어느 학원 문 앞에 쓰인 광고문이 눈에 띄었다. ‘영어는 모국어처럼! 들을 수 있어야 말할 수 있습니다. 말할 수 있어야 읽고 쓸 수 있습니다. 읽고 쓸 수 있어야 자신감이 생깁니다. 문화도 다르고 환경도 다르지만, 우리 아이의 영어실력은 미국 아이들과 똑같습니다...... 세계와 당당히 경쟁하는 우리 아이를 꿈꾸세요.’


희망찬 문구이다. 모국어를 배우는 것과 같은 방식인 듣기에 집중해서 가르치겠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인듯하다. 하지만, 모국어와 외국어를 배우는 환경이 다르다면, 당연히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듣기-말하기-읽기- 쓰기가 아닌, 읽기-듣기-말하기-쓰기로 읽기를 먼저 해야 한다. 왜냐하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4, 5세 전에 우리말이 아닌 영어만 가르치고자 한다면 영어를 듣고 말하기에만 집중하겠지만, 그 이후에 영어를 배운다면 읽기를 통해 가르치는 것이 빠르다. 우리의 환경은 영어를 모국어나 제2의 공용어(예, 인도, 필리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환경(EFL: English as a Foreign Language)이다. 일상 속에서 영어를 사용하거나 영어 원어민의 말을 듣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말이다.


인간은 누구나 엄마의 태중에서 엄마의 음성을 듣기 시작해, 태어나서는 귀에 들리는 익숙한 음성을 수백 번 듣다가 옹알이로 시작해, "맘마"나 "엄마"와 같은 한 단어에서 시작해 두 문장, 세 문장으로 발전해 간다. 일반적으로 2-3세가 되면서 일상 속에서 가족과의 상호작용으로, 4-6세에는 유아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과의 소통으로 말하기 실력이 향상된다. 8세가 되면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해지면서, 만 10세 정도가 되면 학교에서의 언어 사용시간이 늘면서 사회성과 함께 어휘가 풍부해진다. 모국어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하더라도, 듣기- 말하기-(읽기)-( 쓰기)의 순서로, 생활에서 수백 번의 반복과 사용을 통해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습득(acquisition) 과정을 거쳐 배우게 된다. 이러한 습득 과정 그대로 따라 하면 외국어를 잘 배울 수 있을까? 이중국적의 부모 속에서 자란 경우를 제외하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은 듣기와 읽기를 통한 입력(input) 과정과 말하기와 글쓰기를 통한 출력(output) 과정을 거치게 된다. 외국어를 배울 때도 뇌가 작동하는 과정은 모국어를 배우는 과정과 공통점이 많다. 하지만, 외국어인 영어는 학습(learning)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의도적으로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과학적 개념과 일상적 개념의 발달에 관한 연구>에 의하면 모국어는 자연스럽게 개념을 형성하지만, 외국어는 추후 만들어지는 과학적 개념을 배우게 된다. 외국어는 모국어와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며 언어 발달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외국어는 자연스러운 습득 과정을 거쳐 배울 수가 없기에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방법을 통해 배워야 한다. 그것이 바로 소리 내어 읽기다.


내 영어 연애담에서 나누었던, 아빠의 “영어는 입으로 하는 거야”라는 한마디의 충고는 영어는 눈으로만 읽고 공부하는 과목이 아닌, 입을 사용해야 하는 ‘언어’라는 사실을 간단하고 분명하게 알려주셨다. 읽기 연습은 뇌에 자극을 줄 뿐만 아니라 혀와 입술의 움직임을 통해 입 주변에 영어 근육을 만들어 주어 자연스럽게 영어를 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 당시에는 영어 테이프도 없어, 가능한 책을 소리 내어 읽었다. 듣기를 하지 않고 하는 낭독(책을 소리 내어 읽기)만으로도 효과는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늘 하던 낭독도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토후 쿠 대학의 카와시마 류타 교수가 공개한 FMRI(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기능적 자기 공명 영상) 사진은 낭독만으로 뇌에 혈액량이 많아지고, 신경세포의 70% 이상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뇌가 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바깥에서 오는 정보를 알아차리는 것인데, 그 바깥의 대표적인 것이 ‘몸’이다. 몸에 변화를 주면 뇌가 깨어나는 것이다. 그러니 연습은 우리의 뇌를 계발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삼세번 연습이 중요한 이유이다.


낭독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글을 통해 단어와 표현 그리고 문장의 구조를 쉽고 빠르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드시 오디오나 비디오와 같은 음성파일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리와 글자와 의미, 이 3가지가 연결되도록 음성을 듣고 따라 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Shadowing(그림자처럼 따라 하기)이다. 따라 읽기(Shadow Reading)가 익숙해졌다면, 들으면서 따라 하기(Shadow Listening)도 해보자. 알파벳은 표음문자(phonogram: 말소리를 기호로 나타낸 문자)이기에 단어의 소리와 강세를 통해서 그 의미를 짐작하는 것도 가능하다. 소리 내어 읽기를 반드시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방법은 읽기와 듣기 실력과 말하기와 쓰기 실력 향상에 있어 기본이자 전부라고도 할 수 있다. 영어를 배우는 초급 수준(영어 문장을 유창하게 읽지 못하는 단계)이라면 이 과정을 반드시 먼저 해야 한다. 아니, 오래 공부를 했다 하더라도, 이 과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이라고 해야만 한다. 영어와의 진정한 연애를 원한다면 말이다.


독서는 뇌신경 연결 모듈을 모으는 행위로 지식의 그물망을 촘촘히 해준다고 한다. 요즘 뇌과학에서 나오는 말이다. 상식적으로 우리가 사전에 알고 있는 지식이 부족하면 우리말일지라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하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글을 통해 읽는 과정을 통해 단어와 문장의 의미를 알게 되고 알아야 들리게 된다. 알지 못하는 것은 들어도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귀로 듣기(hearing)만 하는 것이다. 내가 집중을 하지 않고, 자장가처럼 들었던 CNN 뉴스처럼 말이다.


딸아이가 처음 중국어를 배울 때, 선생님이 옆에서 함께 배울 기회를 주셨다. 발음을 잘 따라 하는 딸과는 달리 난 어떤 한 발음을 낼 수 없었고, 수업에 방해가 되는 듯해 두세 번 정도 하고는 그만두었다. 그 후, 우연히 TV에서 중국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며칠 전에 배웠던 단어들이 귀에 들리는 것이었다. 그전에는, 들어도 알아듣지 못했기에 관심이 전혀 없었는데, 단어 몇 개를 알고 나니, 단어가 들리면서 왠지 내용을 알아듣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외국어는 글을 통해 알아야 들린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물론 무조건 듣기를 통해 소리를 모방(mimic)하거나, 한 동안 말하지 않고 기다리는 시기(silent period)를 가질 수도 있겠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생활에서 듣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더욱 그렇다.



영어와의 연애 레시피 첫째 비법: 영어책을 섀도잉 하며 읽어라!

keyword
이전 07화7화. 영어 연애 십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