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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Mar 23. 2021

살기 위한 아우성에 나도 울었다

한여름 길바닥에 엎드려




  한 정류장을 가는데 15분이나 걸렸다.

정류장엔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중앙로에선 차가 움직이지를 않았다.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면서 무작정 기다리자니 속이 답답하여 에라 모르겠다 차라리  다리로 걸어서 가자 싶어서 버스에서 내렸다. 모든 차들은 도로에 정차 중이고 길가엔 전경과 경찰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시간은 바빴지만 무슨 일이 났는지 그것이 궁금하여 마이크 소리를 따라가 보았다


시청 앞 네거리 중앙에 지체장애인들이 앉고 엎드리고 불편한 몸으로 도로를 점령하고 있었으니 교통마비가 될 수밖에 무더운 여름 정오의 햇살 아래 지쳐 축 늘어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장애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

“경찰 여러분, 구경하는 시민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세요라며 생존권 보장을 위해

울부짖으며 호소하고 있는 중이었다.


“우리들의 희생으로 장애인 대우가 달라진다면 우리는 지금 이 자리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한 청년의 울부짖는 그 목소리가 마음에 와닿았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소리에 가슴이 떨렸다.


길가에 나란히 줄지어 서 있는 휠체어들을 보며 누구보다 자기 주인을 더 잘 아는 휠체어들도 울분을 참고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비록 생명 없는 보조기구일지라도 그 어떤 생명체보다 더 많은 도움이 되기에 하는 말이다.


경제 불황으로 이삼십 대 건강한 젊은이들도 취업하기 힘들어하고 있으니 장애인으로 살아가기란 얼마나 더 힘들까! 빈 휠체어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더 울적해졌다. 모두가 다 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선 두 다리로 걷고 두 팔을 맘대로 흔들고 다니는 나는 내 몫의 책임을 잘 감당하며 살고 있는지? 누구에게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 없음이 부끄러웠다.


저렇게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사람들보다 건강한 몸으로 나는  얼마나 보람된 일을 했는가? 마음으로는 사랑의 열기가 100도로 펄펄 끓는다 할지라도 표현하지 않는 사랑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장애인이라면 한번  마음이 가고 관심이 가는 나였기에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돌았다.


누가 볼까 눈을 껌벅거리며 목적지를 향해 열심히 걸었다. 사람을 만드시고 좋아하셨던 그분의 계획 속에 살아가는 우리는 주변의 노약자들과 더불어 콩 한쪽이라도 나누며 살아야 할 이유가 있지 않는가! 따뜻한 말 한마디라도 실천하는 사랑을 해보자고 다짐을 하며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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