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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Jun 25. 2024

할머니 울지 마

그 마음이 고마워(31개월)

엄마 아빠를 부르다 잠잘 때를 놓치고 말았지

울다 웃다 징징 거리며 씨름하길 한 시간

꿀잠 잘 때를 놓쳐버린 널 다독이며

잠들기까지 왜 그렇게도 힘들었는지

넌 두두를 안고 몸부림치다 어렵게 잠들었지

새우처럼 등을 구부리고 잠든 널 편하게

바로 누일 용기가 없었어

건드리면 깰까 봐 겁이 났던 거지


손끝 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조용히

뒷걸음질로 살살 나오다가 침대 난간에서

그만 꽈당, ‘으악‘

벌러덩 뒤로 자빠지고 말았네

순간 터져 나온 ‘아아아 아이고’

소리에도 입을 틀어막으며 쉿 조용해

어렵게 네 방을 빠져나와 긴 숨 한번 휴우

감기는 눈을 감았다 떴다 악몽을 꾸듯

힘들었지만 너를 위해 기다려 주었지


자정이 지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찬바람에 정신은 더 맑아지고

꿀잠 타임을 놓쳐버려 몸부림치던 너처럼

새벽을 지나 아침을 맞았지

불면의 영향은 눈으로 향했는지

온종일 눈을 껌벅이며 모래 폭풍이라도 맞은 듯

따가운 눈을 위해 인공 눈물을 넣었어

눈가로 흐르던 물방울이

흡사 남몰래 흘리는 눈물 같았던 거지


할머니의 눈물을 본 너는

놀라며 달려가 물티슈를 가져왔어

머니머니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해

작은 몸이 바쁘게 움직였지

괜찮아 괜찮아

고개를 돌리며 애써 피하려 해도

양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려 애쓰던

너의 그 마음은 따뜻하고 고마웠어


사실 할머니는

물티슈의 축축함도 향기도 싫어하거든

그래서 애써 피하려 했던 거였어

묘한 인공향이 코 언저리를 맴돌면

그 진한 향이 왜 그런지 싫었어

진짜로 싫어하는 물티슈로

너는 애써 할머니 얼굴을 닦았어

그 향기가 코를 자극했지만

재채기가 나오지 않아서 다행이었지


냄새에 예민한 코도 너의 그 마음을 알기에

사랑의 향기로 받아들이고 참았나 봐

그 사랑의 향기는 축축함도 함께였어

축축한 느낌과 인공향이 다 사라지기까지

한참을 기다려 주었지 시간이 지나니

축축하던 느낌도 인공향도 모두 날아가더라


인공향은 싫지만 고마운 너의 그 마음

그 사랑은 촉촉하게 남아있길 바랐지

날아가지 마 고마운 그 마음

할머니 이젠 울지 않을게

클로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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