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선물할게요 (30개월)
베베의 작품이라며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 마분지에 단풍잎과 들꽃으로 꾸민 꽃병 사진이다. 베베 엄마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보인다. 엄마가 아이 곁에서 육아에 전념하면 다양한 체험도 하고 좋을 텐데. 시대에 뒤떨어진 할머니가 아이를 돌보고 있으니 좋은 것보다 순간순간 새어 나오는 '아이고' '에이시' 나 가르치는 처지이니 어쩌면 좋아.
말도 늦은 아이가 말문이 트이려는지 에이시는 금방 따라 한다. “에이시 에이시” 새로운 놀잇감이라도 만난 듯 재미있어한다. 할머니는 당황하며 베베 누나에게 에이, 비, 씨라고 또박또박 영어 알파벳을 가르치기라도 하는 것처럼 얼버무리지만 난감하다.
베베의 작품 사진을 손으로 가리키며 ”베베 베베“ 여러 번 말했던 베베 누나에게 뭘 해줄까 고민하며 둘이 손잡고 걷는다. 길가에 빨갛게 잘 익은 단풍잎이 눈에 소옥 들어온다. 그렇지 베베 누나에게도 단풍잎으로 작품활동의 기회를 만들어 주자.
베베처럼 우리도 꽃꽂이할까? 베베 누나는 좋아하며 "베베 베베 베베 엄마"를 강조한다. 그 말의 뜻인즉 베베 엄마에게 자랑하고 싶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것 같다. 단풍잎 하나, 하나를 청치마 주머니에 꼭꼭 눌러 넣는다. 그 조그만 손놀림은 귀엽고 진지하다. 우리도 집에 가서 꽃꽂이하자며 둘이 손을 꼭 잡고 신나게 걷는다.
집은 점점 가까워지는데 꽃을 어디에다 꽂을까 생각해 봐도 가장 쉽고 재밌게 꽂을 만한 재료가 떠오르지 않는다. 집에 들어서자 거실 바닥에 종이 상자하나가 보인다. 아 이 상자면 되겠군. 상자 겉면에 칼집을 냈다. 단풍만으로는 너무 밋밋하기에 꽃병에서 말라가던 꽃대도 잘랐다. 옆에 서서 기다리던 베베 누나는 치마 주머니에서 제법 많은 단풍잎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다.
꽃과 단풍잎을 한 곳에 모아두고 작품활동에 들어간다. 하나, 하나 손끝에 힘을 모아 꽃을 꽂는 그 모습은 대작이 나올듯한 집중력을 보인다. 버리기에도 이미 때가 늦은 시든 꽃과 땅에 떨어져 밟히기 직전의 단풍잎에게 다시 한번 사랑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삼십 개월 베베 누나는 감각 있게 꽃을 꽂아 가을 작품을 완성한다.
퇴근시간 삑삑삑 현관문 여는 소리에 마음이 바빠진 베베 누나는 "엄마 아빠"를 목청 높여 부르며 작품을 들고 대문 앞으로 달려 나간다. 엄마 아빠에게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 스스로 재료를 구해왔고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던 모양이다. 나도 해내었다는 만족감에 활짝 웃는 아이를 보며
“우와, 잘했다. 와 참 잘했어요.” 부모의 칭찬에 즐거움 배가되는 아이와 더불어 하루의 피로를 확 날려버리고 온 가족이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30개월 베베 누나 작품(가을)
모두에게 풍성한 가을을 선물합니다
20개월 베베 작품(가을)
행복하고 풍성한 가을을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