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 드세요(28개월)
며칠째 계속 비가 내린다. 밖에는 흡족하게 비가 내리지만 몸속은 항상 수분 부족이다. “하루 여섯 잔 이상의 물을 드세요.” 한여름 가뭄 타듯 건조한 몸이라 경고를 잊을 수 없다. 햇볕 구경을 못하니 답답해서 목이 더 탄다.
언제쯤 햇살이 반짝 떠오를까. 일기예보는 앞으로 며칠 동안 비가 오락가락하며 우중충 할 것이라고 예고한다. 장맛철도 아닌데 봄비가 자주도 내린다. 꿉꿉한 습기가 온몸을 감싼다.
냉수라도 한잔 마셔야 속이 뻥 뚫리려나 정수기 냉수 기능을 꾹 눌렀다. 한잔 적당히 나오더니 딱 멈춘다. 똑똑한 정수기다. 지겹게 내리는 비도 요렇게 딱 멈추면 좋겠구먼. 할머니가 뭐하는지 가만히 지켜보고 서있던 손녀에게 “공주 물 한잔 마실래?” 고개를 좌우로 살래살래 흔든다. 좋으면 자기 먼저 달라고 “아 아” 할 텐데 싫은 모양이다.
속 시원하게 한잔 쫙 마시는 순간 어찌나 차가운지 이 뿌리까지 시리다. 겨우 마시고 ‘어허허’ 하며 인상을 찌푸리니 눈치 빠른 우리 손녀 잽싸게 냉장고 문을 열고 콜라를 가리킨다. 콜라 마시라는 뜻이다. 어제 있었던 일을 기억하고 하는 행동이다.
어제도 비는 쉼 없이 내렸고 둘이 창가에 앉아 주룩주룩 내리는 비 구경을 하다가 간식으로 손녀가 좋아하는 감자를 구워 먹었다. 노릇노릇 고소한 그 맛에 끌려 과하게 먹었는지 속이 불편했다. 먹는 것도 잘 알아서 먹어야지 소화기능도 이제는 전천후가 아니다.
“콜라나 한잔 먹었으면 좋겠다.” 했더니 귀 밝고 눈치 빠른 손녀가 얼른 일어나 냉장고로 달려가 힘겹게 문을 열고 콜라 두병을 들고 나왔다. 냉장고에 콜라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콜라를 한 번도 안 먹어 본 아이가 냉장고에서 콜라를 찾아냈다. 그것도 신기하지만 할머니의 마음을 즉각 알아채고 행동하는 그 모습이 기특하다.
냉장고 문을 확 열어두고 바쁘게 올 자세다. ‘냉장고 문 닫고 와야지.’ 했더니 콜라 두병을 끓어 안고 냉장고 문짝 뒤로 가서 그 작은 몸으로 문짝틀 밀어 닫고는 달려왔다. 콜라 두병을 내밀며 먹으란다. 클로이 고마워. 한 번 마시고 ‘아 매워’ 인상을 찡그리며 클로이는 매워서 못 먹겠다. 신기하게 쳐다보는 아이를 앞에 두고 할머니는 얄밉게도 한 모금을 더 마셨다.
어제 두 번이나 마시며 고마워했던 그 일을 기억해 내고는 콜라를 가리키는 것이다. 클로이 고마워 콜라는 할머니가 먹고 싶으면 달라고 할게 그때 줘.
“네” 하며 쌩긋 웃는다.
요즘 “예” “네”를 배워서
“네네 예예” 하면서 대답도 얼마나 잘하는지
예뻐 예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