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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ug 06. 2024

내 양말 하나 줄게

점점 힘들다(35개월)

밥 다 먹었네. 이제 양치하고 세수하자. ”아니 좀 있다 해도 돼” 뽀로로 사랑에 빠진 저 마음을 어떻게 돌려놓을지. 한 번만 더 하고 가자 “아니 다섯 번” 그래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됐다 가자

“아니 한 번 더 해야 돼.” 세상 바쁠 일 없는 아이의 맘에 찰만큼 넉넉히 기다려 줄 시간이 없다. 아침시간은 화살처럼 지나간다.


뽀로로, 애디, 페티, 크롬 장난감 자동차 굴리기 놀이가 제일 재미있는 아이도 시간에 쫓기며 살아야 하니 아이들도 고달프다.


자꾸만 횟수를 늘리며 더 하고 싶어 하는 아이와 제시간에 준비를 끝내기 위해 속이 타는 할미와 둘이 팽팽한 실랑이가 시작된다.

이제 됐다. 몇 번 했어?

“세 번 했어.”

몇 번을 더 해도 역시나 세 번 했다니 어쩌면 좋아. 그러면 넌 계속 놀아라 그러고는 뽀로로 자동차를 욕실 쪽으로 굴려 버렸다. 의도적이었지만 어머나 뽀로로 자동차가 먼저 세수하러 가네. 그래 ‘뽀로로가 먼저 세수해라.’ 했더니 어린 마음에도 질투심인지 벌떡 일어나 세면대로 달려간다.  

   

아하, 클로이가 먼저 세수하려고 했구나. 그럼 클로이가 먼저 해. 양치 먼저 하고 이쪽저쪽 앞니도 닦고 역시 잘하네. 물 한 모금 입에 물고 꾸럭꾸럭 해봐. 그리고 푸우 뱉어 곧잘 따라 한다. 칭찬 빵빵하게 해 주니 하하 웃으며 즐겁게 양치와 세수를 끝냈다.


뒷정리를 하느라 욕실 바닥에 물을 좀 뿌렸더니 양말이 젖었다. 나오면서 혼잣말로 ‘양말이 젖었네 어쩌지.’ 그랬더니 그 말 떨어지자 장난감 갖고 놀던 아이가 벌떡 일어나 “내 양말 하나 줄게.” 하면서 달려온다. 서랍장을 열고 양말 한 켤레를 갖고 나와서

“할머니 이거 신어” 그런다. 쪼끄만 손에는 노란 양말 한 켤레가 들려있다. 하하. 그 행동과 마음이 너무 고맙고 예쁘다.

   

출근하는 엄마 아빠와 같이 어린이집 등원해야 하는 아이도 똑같이 바쁘다. 어른들의 조급한 시간과는 상관없이 어린아이도 하고 싶은 것은 해야 한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밥 먹고 양치하고 세수하고 옷 입고 머리 빗고 정해진 시간에 출발 준비를 끝내야 하니 바쁘지만 강제로 할 수는 없다. 어린 마음 상하지 않게 모든 과정을 즐겁게 끝내야 하는 그 일이 결코 호락호락 쉬운 일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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