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필요해(34개월)
꼭 다물었던 입을 열고 말을 하기 시작하니 말끝마다 따라 하고 뭐야, 뭐야 묻고 의사표현을 하니 어른들이 긴장된다. 말 실수 할까 봐.
어디에서든 모르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말자. 특히 여성들에겐 더 조심한다는 할아버지는 손녀에게도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한다. 아무리 무서운 세상이라도 할아버지와 손녀 사이까지 그럴 필요는 없다고 해도 할아버지는 유난스럽다. 가까이하기엔 먼 당신인 그런 할아버지를 손녀도 좋아할 리가 없다. 그런 둘 사이가 손녀가 말을 하니 대화가 된다.
“할아버지 집에 간다 내일 또 보자.”
“좀 더 놀다 가면 안 돼 하룻밤 자고 가도 괜찮아”
그런 말은 시키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할 줄 아는지 모두에게 웃음을 준다. 기특하다.
“할아버지 자고 가면 맛있는 거 사줄 거야?”
“예”
“뭐 사줄 건데”
“아이스크림”
“난 아이스크림 싫어”
“할아버지 뭐 좋아하는지 알잖아 “
“할아버지 뭐 좋아해?”
할아버지 그 있잖아.
아이가 스스로 기억하여 말해주기를 기다리면서
무슨 소리 할지 빨리 듣고 싶어서 애가 타는 할아버지는 소 소 소오~주
“아 할아버지 소주”
“아빠한테 소주 사 오라고 했어?”
“아니”
“아빠 올 때 소주 사 올 거야.”
”허허 참“
넘겨 집기도 잘하는 손녀다
‘할아버지 소주 마시면 안 돼.’
그 말에 “아니야” 하며 울먹인다.
할아버지 편들어 주는 손녀의 그 말에 할아버지 눈물 나게 고마워 감동한다. 손녀가 예쁘지만 거리 두기를 하는 할아버지 마음을 맘대로 들었다 놨다 한다.
할아버지와 대화가 끝나자 할머니에게 돌아와 만만한 할머니를 이기려 한다
‘네가 할머니 이길 수 있어?’
“예”
함 해봐
“이기는 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