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말말말(34개월)
엄마 아빠와 떨어져 2박 3일을 잘 보낼 수 있을까.
괜찮을까 염려스럽지만 그래도 믿어보기로 한다. 아침에 눈뜨면서부터 달라진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아이는 한 수 접고 들어 가는 듯 기가 죽는다.
낮 시간은 잘 지냈는데 저녁이 되니 엄마를 찾고 잠잘 시간에는 엄마 보고 싶어 못 자겠다고 엉엉 운다. 이리 달래고 저리 달래도 틈틈이 엄마 생각에 “엄마 보고 싶어” “엄마 보고 싶어.” 자꾸만 운다. 한 시간을 씨름하다 다시 일어나 놀이방에서 주방 놀이, 빨대 놀이 뭐라도 맘대로 다하고 우는 소리는 하지 마라.
빨대 목걸이를 만들어 할머니 목에 걸어 주고 바람개비도 만들어 준다. 바람개비를 빙빙 돌리며 넌 못하지 했더니 “할 수 있는데” 한다. 손에 쥐어 주었더니 잘 돌린다. 클로이 잘하네 하니 “못할 줄 알았어” 하며 빙빙 빠르게 돌리기도 잘한다. “또 다른 생각이 하나 있어” 그래 무슨 생각인데? 물어도 대답을 아낀다.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해서 나도 다른 생각이 있지 그랬더니 “할머니 다른 생각이 뭐야?” 오히려 반문하는 모습이 웃긴다. 다른 아이들보다 말이 늦어서 걱정했는데 33개월 들면서 슬슬 말문이 트이는가 싶더니 하루가 다르게 다양한 문장 구사 능력을 보인다. 엉뚱한 소리를 하면 거기에 반대로 또 다른 엉뚱한 말을 스스럼없이 돌려 댈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새로운 문장을 어려움 없이 해내는 것이 기특하다. 하고 싶은 말을 맘대로 잘 못했으니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 입이 열리니 재잘재잘 어지간이 쫑알거린다. 말 못 할까 걱정했던 날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벌써 시끄럽다는 말이 나오려 한다. 사람 맘이 참 변덕스럽다.
할머니 “엄지공주 좋아해?”
응 좋아하지
“할머니 있어봐 엄지공주 보여 줄게.”
꼬맹이 손놀림으로 엄지공주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할머니 누워서 볼게 하고 누웠다. 진짜 스르르 잠이 온다. 이대로 자게 놔두면 얼마나 좋을까.
“할머니 일어날 시간이야.”
감긴 눈을 후벼 파며 눈을 뜨게 만든다.
할머니 “엄지공주 재밌지?”
응 진짜 재미있네.
“할머니 하나 줄게”
그리고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를 준다.
엄지공주 할머니 줘야지.
“아니”
그걸 줄리는 없지. 이것도 줄래?
“그건 안 돼”
이것이 없으면 엄지공주는 그 빛을 발하지 못하는데 줄 리가 없다.
한 손으로 잡아도 무겁지 않을 작은 기계에 카드를 꽂으면 영화를 보듯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는 천장을 바라보며 누워 엄지공주 이야기에 빠져 스르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