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도 피곤한 하루다 (38개월)
하원하면서 현관에 세워둔 킥보드를 끌고 나가 엘리베이터 앞에서 몇 차례 왔다 갔다 하더니
“그만할래 아 피곤하다”
그래 피곤하면 그만 타고 들어가자. 간식을 먹으며 잠시 놀더니 국화차 병을 들고 와서 컵에다 와르르 부어 버린다.
왜, 왜 그래
“아 피곤해, 따뜻한 차 한잔 해야겠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왔지만 그래 따뜻한 물 부어줄게. 국화차 한 컵을 만들어 주며 뜨거우니 조심해 식으면 먹어야 돼.
"아 피곤해, 아 따뜻한 차 맛있겠다."
웃기는 아이다. 겁 없이 뜨거운 차를 맛본다.
뜨겁지?
“아 좀 따뜻하긴 하네”
손풍기를 들고 빨리 식어라 식어라. 아직도 뜨겁다니까 끙끙 거리며 따뜻한 차를 기다리는 그 모습이 너무 웃긴다. 네가 국화차 맛을 알기나 해?
38년을 산 인생도 아니고 38개월 인생 클로이도 아 피곤하다. 하는 걸 보니 힘든 하루였나 보다.
"할머니도 한잔 먹어야지"
아니 할머니는 안 먹을 거야
"할머니도 피곤하니까 먹어야지" 한다
아니 할머니는 안 피곤해.
유달리 피곤하다는 말을 강조하는 날이다.
이제 겨우 세 살 먹은 아이가 피곤하다고 국화차를 마신다니 얘가 앤가 어른인가.
좀 있으면 카페인이 필요해.
할머니 커피 한잔 해야지 하겠네.
아침부터 하루종일 긴긴 시간을 낮잠 외엔 몸을 움직일 테니까 힘들기도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