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국 Sep 24. 2024

삼색 수제비

복스럽게 잘 먹으면 예쁘다(40개월)


우리 점심 뭐 먹을까?

"수제비."

한 단어로 간단하게 대답을 한다.

아차, 묻기를 잘 못했나 묻지를 말걸. 대답을 듣고 보니 알게 모르게 손이 가는 음식이다. 밀가루 음식을 좋아하는 아이의 기호에 맞게 해 주면서 어차피 손이 가는 일이니 영양도 생각해야지. 삼색 수제비를 해보자. 시각과 영양을 생각해서 당근, 부추, 양파를 잘게 쓸어 따로따로 갈아서 주황색 초록색 하얀색 반죽을 하자. 구석에 가만히 서있던 믹스기도 등 달아 바쁘다.


세 종류 색깔별로 밀가루를 섞어 주며 주무르기는 클로이의 몫이다. 찰흙을 만지듯 잘 주무른다. 이러면 재미있는 놀이도 되고 수제비 끓여 먹으면 점심도 해결되고 시간도 잘 가고 여러 가지로 좋은 일이다. 반죽이 완성되었다. 촉촉한 반죽 만지는 것이 재미있다고 좋아한다. 이제 비닐을 씌우고 더 찰지게 되라고 냉장고에 넣어 놓고 기다려 보자.


반죽은 끝내놓고 그 사이에 멸치, 다시마, 양파, 대파를 넣고 국물 맛을 우려낸다. 표고버섯 꼬다리도 한 줌 넣어볼까. 과하지 않게 적당한 맛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국물은 팔팔팔 잘도 끓는다. 미리 반죽해서 냉장 숙성된 반죽은 촉촉하고 말랑말랑하다. 이 느낌은 얇으면서 쫄깃하고 맛있는 수제비가 될 것을 예상한다.


나비날개처럼 얇게 펴진 수제비는 끓는 물속으로 빠져든다. 수제비가 잘 익어갈 때쯤 애호박도 반달로 얇게 쓸어 넣는다. 감자는 먼저 들어갔기에 거의 다 익은 모습이다. 간은 적당하게 양도 적당하게 뭐든지 넉넉하게 많이 하는 게 문제 이긴 하지만 각자 그릇에 옮겨 담는다. 쑝쑝 잘게 쓴 쪽파, 참기름, 깨소금까지 뿌리면 삼색수제비 완성이다. 각자 입맛을 위해서 원하는 대로 넣기로 한다. 양념장도 식성대로 선택은 자유다.


잘 끓여진 수제비 한 그릇 앞에 놓고 손녀가 말한다.

“할머니 바빴겠다. 열심히 일하느라 힘들었겠네. 땀이 많이 났찌?”

이마에 땀을 닦아주며 기분 좋은 말만 골라서 한다.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닌 진심 어린 마음이 전해진다.

그래 맞아 할머니 너무 바쁘게 하느라 땀도 많이 났어.

맛있게 먹어.

"응"

맛이 어때?

"아 맛있다."

끝까지 야금야금 꼭꼭 씹어 잘 먹는 모습이 참 예쁘다.

배가 고팠는지 한 그릇 다 먹을 때까지 손에서 숟가락을 놓지 않는다.

좀 더 먹을래?

"응"

밥을 푹푹 잘 먹는 아이가 아닌데 이 정도면 많이 먹었다 싶은데 좀 더 먹는다고 한다.

몇 숟가락 더 먹더니 "할머니 이제 그만 먹을래."

한 숟가락 더 먹을래?

"아니"

단호하게 거절한다. 정말 배가 부른 모양이다. 그래 이제 그만 먹어라 많이 먹었다.

맛있게 잘 먹어 주는 것만으로도 수고한 모든 대가는 다 받은 셈이다.

음식 맛있게 잘 먹는 사람이 예쁘다. 아이는 물론 어른도 그렇다.

맛있게 잘 먹어준 손녀 고마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