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보다 만화가 더 좋아(44개월)
“클로이 밥 먹자.”
점심 먹자는 엄마의 말에 입을 삐죽거리며 불만을 드러낸다.
“엄마는 왜 엄마 맘대로만 하고 나는 왜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하게 해”
이제 겨우 네 살짜리가 엄마를 한방에 이겨먹으려고 소리를 지른다. 만화에 푹 빠진 아이의 만화 시청을 방해한다는 이유다.
“밥 먹고 또 만화 봐도 돼? “
만화 끄고 나면 못 보게 될까 봐. 밥을 걸고 엄마와 거래를 시도한다.
“응 밥 먹고 많이 봐”
그다음이 궁금해서 시간을 끌며 리모컨을 누르지 못한다. 스스로 끝내기는 힘들지만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어렵게 리모컨을 누르고 꾸물꾸물 식탁으로 다가와 앉는다.
일 년 동안 클로이를 지켜본 어린이집 선생님의 말씀이 클로이는 다른 것 다 걱정 없은데 체력이 약해요. 보약을 먹이든지 운동을 시키든지 체력을 강화시켜 달라는 선생님의 부탁이다. 잘 먹고 힘이 있어야 운동도 할 수 있지 입맛이 돌아야 잘 먹을 텐데. 자랄수록 입맛도 변하고 밥 먹을 때마다 유세를 떠니 걱정이다.
밥을 몇 술 떠더니
“할머니 우리 엄마 회사가 찢어져서 회사 그만둔데”
회사가 왜 찢어졌데.
“몰라, 찢어지는 게 뭐야?”
아빠가 하는 말 회사가 해체된 거지.
“해체가 뭐야?”
해체란 너 헬로카봇 알지.
“응’
티니핑에서 누가 제일 예뻐?
“하츄핑, 아자핑, 차차핑, 바로핑, 라라핑…. ”
빙글핑, 나나핑, 따라핑으로 따로따로 갈라지지 회사가 그렇게 되는 거란다.
찢어지고 해체되는 게 뭔지 이해했는지 조용히 밥을 먹는다. 빨리 먹어야 만화를 더 볼 수 있으니까
아이의 궁금증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니 설명도 길어진다. 앞으로 궁금한 것은 더 많아지고 계속 물어올 텐데 이해할 때까지 설명하기도 힘들겠다.
옛날생각이 난다. 아이들은 뭘 하다 안되면 엄마에게 쪼르륵 달려가고 엄마는 해결하기 애매하면 아빠에게로 넘긴다. 아빠는 아이를 실망시킬 수 없으니 뭐라도 아빠 선에서 마무리 지어야 했다.
궁금증을 해결한 아이는 "우리 아빠는 뭐든지 다 알아. 우리 아빠는 다 할 수 있어. " 어린아이들에게 아빠는 만물박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