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냥 즐겁기만 할까(42개월)
어린이집에 가는 게 재미있다고 좋아하더니 갑자기
“난 내일 어린이집 안 갈 거야.”
왜 내일 어린이집 안 가는 날이야?
“아니”
그럼 이유가 뭘까. 궁금했지만 깊이 신경 쓰지 않았다. 그다음 날도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징징거린다.
어린이집 꼬마들의 생활 속에서도 뭔가 불편한 사연이 있는 모양이다. 안 가려고 하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무슨 일일까.
선생님의 설명은 어린이집에서 친구와 같이 블록 쌓기 놀이를 하다가 열심히 쌓아 올린 블록을 친구가 실수로 무너지게 했다. 애쓴 보람도 없이 무너져버린 블록을 보며 친구에게
"나 화나니까 화 풀릴 때까지 저기 가서 서있어."라고한 그 말에 그 친구는 어쩔 줄 몰라했다는 것.
그러면 안 된다고 선생님께 혼났는지 그때부터 어린이집 안 간다는 말을 한다. 어린아이들이야 금방 좋아지겠지만 선생님과 불편한 관계가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닐까. 유아들의 사회생활도 쉽지 않다.
별일 없었다는 듯 하원하여 잘 놀고 있는데 엄마가 클로이 기분이 어떠냐고 묻는다.
클로이 어린이집에서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그런데 왜 아침에 어린이집 가기 싫어했지?
"아빠 엄마랑 헤어지기 싫어서"
아빠 엄마도 출근해야 되는데 엄마 아빠 없으면 혼자 집에 있을 수 있어?
"할머니께 전화해서 오라고 해야지."
할머니 못 오면 어떻게 할 거야?
"그러면 어린이집 가야지."
아이의 그 말에 마음이 짠해진다.
상황은 다 알고 있으면서 억지를 부려본 것이다.
클로이 속마음이 궁금하다.
"어린이집 가는 것도 싫고, 집에서 혼자 노는 것도 싫고, 혼자 밥 먹는 것도 싫다."
“ 내 친구는 동생이 둘이야."
넌 동생 있어?
"난 없지."
동생 있으면 좋겠어?
"응 여동생 있으면 좋겠어 그러면 우유도 먹여주고 응가도 치워주고 침대에 재워주고 같이 놀아줄 텐데."
말로는 다 잘할 것 같다. 그러면 엄마한테 물어봐 엄마 퇴근하고 들어오자 엄마 품에 안겨서 하는 말.
"엄마 나 여동생 하나 있었으면 좋겠어. 응가도 닦아 줄 건데."
그건 너 마음대로 되는 게 아냐. 너도 응가하고 엄마 응가 다 했어. 하면서 엄마한테 말하잖아.
동생 있으면 엄마도 아빠도 할머니도 동생 보느라 너랑 못 놀아 줄텐데 그래도 괜찮아?
그 말에는 뚜렷한 대답이 없다.
아이를 안 낳는 게 좋은지 하나만 낳는 게 좋을지 둘은 되어야 하는지 다둥이가 좋은지.
일하는 엄마 아빠는 아무래도 아이와 함께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저녁에 늦게 들어오면 엄마는 아빠는 나랑 놀아주지는 않고 약속만 한다고 불만이 많다. 약속 있다고 나가는 엄마에게 "밥 한 숟가락만 먹고 와" 울먹이다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한다.
아이를 안 낳으면 신경 쓸 일 없으니 좋을까. 하나는 외롭고 둘은 낳아야 될까. 정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