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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Oct 15. 2024

모닝커피

질문이 많을 때(46개월)

1분 1초가 바쁜 아침시간에 징징거리는 소리가 대문 밖까지 들린다. 순순히 잘 따라 준다면 얼마나 좋은 아침일까. 더 놀고 싶다는 아이와 빨리 밥 먹고 준비하자는 엄마는 밀땅 중이다. 엄마가 져주는 척하며 딱 한 번이야. 둘이 손잡고 놀이방으로 들어간다. 속닥속닥 잠시 시간이 지나자 “이제 누룽지 먹자.” 응. 식탁으로 와서 앉는다.


유독 누룽지를 좋아하는 아이는 김이 술술 나는 뜨거운 누룽지 한 그릇 앞에 놓고

“할머니 오늘 아침에 오면서 뭐 봤어?”

오늘 아침에 본 새 소식을 들려 달란다. 음 뭘 봤더라 누룽지를 빨리 식히기 위해 이야기도 뜸 들인다.

“할머니 빨리 이야기해 줘 빨리빨리”

그래, 이제 먹어도 되겠다. 너 달걀하나 구워줄까?

“아니”

그 좋아하는 달걀보다 이야기가 더 좋은 모양이다.


넌 누룽지 먹으면서 이야기 들어 봐 할머니집 앞 도로에 나오니까 횡단보도 신호가 깜빡깜빡 금방 바뀌는 거야.

"응 무슨 불이었는데 빨강불?"

아니 초록불로 싹 바뀌었어. 할머니도 바로 건넜거든 할머니 앞에는 '또닥또닥' 소리를 내면서 뾰족구두 신은 아가씨가 걸어가고 있었어. 그 앞에는 할머니 한분이 장바구니에 커다란 스텐 곰솥을 싣고 가는 거야.

두 사람이 다 천천히 걸어가고 있어서 할머니는 뒤따라가려니 너무 답답하더라. 그 사람들 옆으로 빨리빨리 지나갔지. 그다음부터는 앞에 사람이 없으니 빨리 갈 수도 있고 천천히 갈 수도 있고 맘대로 걸을 수 있으니 좋더라.

"할머니 곰솥이 뭐야?"

아 곰솥은 곰국을 끓이는 커다란 들통을 말하는 거야.

"곰국이 뭐야 곰이 먹는 국이야 할머니 곰 봤어?"

말 한마디 잘못해서 갈수록 태산이다.

할머니는 동물원에서 곰을 봤지. 텔레비전에서 푸바오도 봤고.

곰국은 곰이 먹는 게 아니라 네가 좋아하는 하얀 국 있지 고기도 들어있고 그런 국을 곰국 곰탕이라고 하는 거야. 들통은 뭐냐고 묻지 않아 다행이다.


“그다음에 또 뭐 봤어? “

커피 파는 가게 앞을 지나는데 커피 향이 너무 좋은 거야. 할머니는 코로 커피를 마셨지.

“할머니 코로 커피를 어떻게 마셔?”

아 코는 커피 향만 맡았지 그런데 마셨다고 했네.

그 앞에는 아주머니 두 분과 아가씨 한 사람과 남자 한 사람이 커피 사려고 기다리고 있더라.


“커피 먹으면 건강에 안 좋은데”

아, 그러면 뭐 먹어야 돼?

“밥 먹어야지”

맞아 밥을 먹어야 되지. 어른들은 왜 커피를 많이 먹을까.

예쁜 공주는 밥 많이 먹자.

“응”

입을 크게 벌리고 보란 듯이 누룽지 한입 크게 먹는다. 밥 한 끼 먹이려고 온갖 이야기를 다한다.


“할머니 또 뭐 봤어? “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는다. 길옆에 붕어빵 포장마차가 있고 그 옆에는 노랑조끼 입은 아저씨 네 명이 앉아 있더라.

“아저씨들은 왜 거기 앉아 있어?”

어디 일하러 가는 사람들인가 봐.

한 사람은 전화통화 중이고 두 사람은 커피를 마시고 한 사람은 담배를 피우고 있더라.

담배 피우면 어떻게 될까?

“모르겠는데”

커피가 건강에 안 좋다는 말은 어떻게 알았는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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