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마다 뭘 먹을지(47개월)
아이를 내려주고 다른 장소로 가야 하는 바쁜 순간에도 선생님은 한마디 전한다. 핑크 원피스에 핑크 구두를 신은 핑크공주 발을 보며 “클로이 구두 자랑 엄청해요.” 그래요, 구두 클로이가 골랐답니다.
오늘은 재미나게 놀았는지 차에서 내려 손잡고 가면서 재잘재잘 말을 많이 한다.
밖에 놀러 갈까?
“그냥 집에서 놀자.”
많이 피곤한지 집에 들어오면 나가기 싫어한다.
만화 보는 게 더 재미있어서 그러는 걸까.
퍼즐 맞추기, 블록 쌓기, 그림 색칠놀이를 하고 둘이서 몸싸움도 하며 깔깔깔깔 웃었다. 한참을 씨름하며 놀아도 한 시간이 쉽게 가지 않는다. 숫자 카드놀이도 하고 “이제 많이 놀았으니 코코 멜론 틀어줘” 그래 잘 놀았으니까 알았어.
이제 노래한곡만 하면 틀어줄게 할머니는 요구사항도 많다. “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 중간에 빼먹기는 했지만 마지막 “헤이” 까지 제법 잘한다.
코코멜론 보는 동안 아이고 머리야 클로이 다리에 누워보자. 쪼꼬만 다리를 베개 삼아 머리를 누여도 그냥 잘 있어준다. 작은 배가 볼록볼록 힘들게 들숨날숨 숨을 쉬고 있다. 힘들 텐데 한 10분은 그렇게 대주고 있더니 다리를 빼서 옆으로 도망가 버린다. 그래도 오래 참았다. 키운 값하네.
클로이 오늘 저녁은 뭐 먹을래?
몰라 “할머니가 고민해 봐”
허허 참 고민이란 단어를 어찌 알았단 말인가
아이가 고민이란 말을 자연스럽게 한다.
할머니가 고민하고 해 주면 다 먹을래?
“응”
그래 알았어. 할머니가 고민해 볼게 뭘 해주나 고민하며 냉장고를 열어본다. 냉장고가 삐삐 울리기 직전까지도 뭘 해야 할지 답이 나오지 않아 진짜 고민 중인 그때.
카톡 소리가 귀를 울린다. 뭘까.
"오늘 저녁은 고깃집에 갈 테니까 클로이랑 간식이나 저녁 먹지 말고 기다리세요".
세상에 이런 반가운 일이. 얼른 답장을 보내야지.
'알았어 클로이 지금 열심히 만화 보고 있다.’
좀 있으니 같은 내용의 카톡이 클로이 엄마도 보내왔다. '그래 준비하고 있을게.’
코코맬론 시청 중인 클로이 옆에 살짝 앉아 조용한 소리로 오늘 저녁 엄마 아빠가 고기 구워 먹으러 간단다. 하니 첫마디가 "할머니도 같이 가" 한다. 응 할머니도 같이 갈게. 시키지도 않았는데 생각하는 그 마음이 고맙고 예쁘다.
할머니가 고민해 봐 하더니 고민할 것 없이 손녀와 함께 할머니도 외식이다.
“할머니도 가 꼭꼭 약속해.” 둘이 손잡고 엄지손가락 도장도 꼭 찍었다.
그래, 고기 맛있게 먹고 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