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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국 Aug 09. 2024

맨발 걷기 도전

초짜는 초짜다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유행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내 눈에 들어 올 정도면 이미 수년 전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겨울 찬바람에도 꿋꿋하게 맨발로 걷는 어른들을 보며 궁금증이 생겼다. 추운 날 발이 꽁꽁 얼도록 맨발로 걷는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 뭔가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


나이는 숫자에 불가하다는 것을 실천해 보이는 그분들은 결코 노약자가 아니었다. 궁금해서라도 한번 걸어봐야지 하면서도 나서지 못하는 내가 바로 용기 없는 노약자다. 따뜻한 봄이 오면 시도해 보리라. 계절은 봄이지만 맨발로 나서기엔 마음이 추웠다. 연둣빛 나뭇잎은 벌써 초여름이에요. 일어나 걸어보세요. 무딘 마음을 흔든다. 이때를 놓치면 시작도 못해보고 또 겨울이 올까 봐 사전 정보도 없이 무작정 어른들 뒤를 따라나섰다.


추운 겨울을 생각하면 지금이야 뭐, 햇살이 있는 곳은 따뜻하고 그늘진 곳은 시원하다. 폭신함 없는 딱딱한 황톳길 길이지만 작은 모래알들만 잘 피하면 걸을만하다. 첫 번째는 이것쯤이야 끝까지 왕복하니 14분이다. 두 번째는 작은 모래알 자극에도 아픔을 느끼며 발걸음이 느려진다. 2분이 더 걸려서 두 번 왕복에 30분이다. 맨발 걷기 보기보다 현실은 다르다. 욕심부리지 말자.


수돗가 동그란 돌기둥 의자에 앉아 발을 씻으며 생각한다. 눈으로만 바라보던 맨발 걷기 드디어 시작했으니 변화를 지켜보며 꾸준하게 하리라 다짐도 한다. 발을 씻고 양말과 운동화를 신고 걷는 느낌은 새롭다. 쿠션이 좋은 운동화는 아니지만 따뜻하고 폭신하다. 딱딱한 땅바닥과 비교할 수 없는 편안함이 좋다.


이틀째 아침 일찍 나서며 습관이 들 때까지 해보자. 오늘은 더 씩씩하게 잘할 줄 알았다. 생각보다 발바닥이 더 아프다. 발걸음이 느려진다. 그래도 해야지. 어제보다 한 발이라도 더 걷기 위해 숫자를 세며 천천히 걸었다. 한번 왕복에 일천보 어제는 두 번, 오늘은 세 번. 징징거리는 발바닥과 씨름하며 삼천보를 채웠다.


수돗가에 앉으며 옆사람에게 말을 걸어 본다.

아저씨 맨발 걷기 많이 해보셨어요?

처음 본 사람에게 말을 툭 던지는 건 맨발 걷기의 효과인가 부작용인가.

“한 일 년 됐어요.”

예, 맨발로 걸으면 좋은 점이 뭔가요?

“여기 나오면 댁처럼 이쁜 사람들도 만날 수 있고 ”

웃자고 하는 이야기에 인상 찌푸리면 안 되겠지. 특히나 댁도 이쁘다는데 덩달아 허허 웃으며 다음 말을 기다린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20년 전에 대장암 수술을 했어요. 5년 산다고 했는데 아직도 살아있네요. 소화가 잘 안 되고 설사도 나고 그랬는데 맨발 걷기하고 그게 없어졌어요.”

와, 큰 효과 보셨네요.

“잠도 잘 온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어요. 예민해서 그런가.”

묻고 대답하고 가만히 두면 둘이 어디까지 대화가 이어질지 모를 판인데 아주머니 한분이 발 씻으러 와서 판이 깨졌다.


옆으로 비켜 앉으며 여기서 씻으세요.

둘 사이 한가운데 앉으라니 멋쩍은 표정이다.

여기는 물이 안 나와요.

선택할 방법이 없으니 가운데 앉는다.

수도 세 개 중에 하나는 고장인지 물이 안 나온다.

어머니는 맨발 걷기 하니까 어디가 좋던가요?

"여기저기 다 좋지"

생김새도 대답도 두리뭉실하다.

여기저기가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온몸이 다 좋아진다는 거겠지. 아픈 곳이 많다는 이야기도 되겠다.

하루에 얼마나 걸어요?

저는 두 번 왕복하니 물집이 생겼어요.

고개를 들고  허허 참 가소롭다는 듯이 바라본다.

“한 다섯 번은 왕복해야지.”

옆에 아저씨도 “나도 다섯 번은 왕복합니다.”

옴마야 전 겨우 두 번 왕복하는데 삼십 분 걸리던데 한 시간은 걸어야겠네요.

아주머니는 삼십 분이란 소리에 또 한 번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야, 이 초짜야‘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바라본다.

“운동하듯이 걸어야지.”

세상에 그렇게나 빨리 걸어요. 작은 모래에도 발바닥이 아파서 살살 걸었거든요.

“처음이라 그렇지”

자꾸 하면 괜찮아진다는 여운을 남긴다.

언제 맨발의 선수처럼 걸을 수 있을까.

옆에 아저씨는 “나는 등산도 맨발로 다녀요.”

헉, 애송이가 왕 고수들에게 겁 없이 말을 걸었네.


서로 모르는 사이지만 같은 길을 걸었으니 자연스럽게 대화가 된다. 사실 누구라도 혼자 집에 있는 것보다 나오면 사람도 만나고 햇살도 쬐고 기분전환도 되고 건강도 챙기고 좋은 게 훨씬 더 많다.


흙먼지를 다 씻은 후 따끔따끔한 발을 치켜들며 등을 꼬부리고 발바닥을 들여다본다. 맨발 걷기 선배들이 보면 가소로운 일이지만 엄지손톱 두쪽만 하게 제법 큰 물집이 양쪽 발바닥에 물풍선처럼 볼록하게 부풀었다.


그 물집이 다 사라지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맨발 걷기 이틀에 발바닥은 물집으로 말한다. 양말을 신고 신발을 신어도 물집 잡힌 부위는 걸음 걷기가 불편하다. 파상풍이 무서우니 상처 없이 물집이 사라지기까지 조용히 쉬어야겠다. 맨발 걷기 이틀 만에 물집만 선물 받았다.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물집과 씨름하며 생각보다 긴긴날을 불편하게 살아야 했다. 상처 없이 빨리 아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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