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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민크루 Jun 06. 2023

제니주노 아니고, 알래스카 주노

크루즈 승무원의 일상 <기항지 편 ep. 12>



일본 크루즈가 끝나고 일주일 정도 항해 후 닿은 곳은 매혹의 땅 알래스카였다. 그중 첫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곳은,


주노
(Juneau, Alaska)



주노는 알래스카 주의 주도이자, 두 번째로 오래된 도시이다. 첫 번째는 나의 최애 알래스카 기항지인 스캐그웨이 (Skagway)인데 사실 하루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최애 기항지를 두고 주노를 먼저 꼽은 이유는, 처음 알래스카를 간다면 여러 방면으로 가장 좋은 첫인상을 줄 수 있는 기항지이기 때문이다.


알래스카 기항지는 보는 각도에 따라서, 아무것도 없네 싶은 게 정말 여유롭기만 한 곳도 있고, 조금 허전해 보이는데 들어가다 보면 꽤 바쁘게 재밌는 곳도 있다. 주노의 경우는 보기에도 실제로도 꽤나 즐길거리가 많은 곳이다.






퀸 엘리자베스호가 가스티노 해협 (Gastineau Channel)으로 들어섰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산 밑의 오밀조밀한 마을, 빨간 곤돌라, 그리고 먼저 도착해 있는 크루즈선들이 우리를 반겨 주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봤던 가스티노 해협, 그리고 빨간 트램이 보이는 주노항 (출처: alamy, alaska)



사실 나의 첫 알래스카 크루즈는 꽤나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알래스카가 아쉬웠던 것이 아니라.. 타이밍이 안 맞아 무려 열흘동안 육지도 밟지 못하고 일만 했었기 때문이다.



당시 갑판에 올라가 아쉬운 마음에 찍었던 사진



어느 날은 3시간 정도 쉬는 시간 동안 외출했었다. 주노는 배에서 내리면 바로 마을이라, 그다지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우선은 주노의 시그니쳐 빨간 곤돌라로 향했다. 골드벨트 트램 (Goldbelt Tram)이라고 부르는데 공식 명칭은 마운트 로버츠 트램웨이 (Mount Roberts Tramway)로, 1164미터 높이의 산을 5분 만에 올라가는 공중트램이다. 표는 4만 원 정도로 한 번에 60명 정도까지 탈 수 있는 꽤나 커다란 곤돌라이다.


꼭대기에 도착하면 관광도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념품 가게가 있다. 사실 그게 다이다. 그런데도 굳이 공중트램을 타고 올라가는 이유는 꽤나 괜찮은 뷰맛집이기 때문이다.


길게 빠져있는 해협, 늘어져 있는 산에 군데군데 보이는 눈, 산끝자락에 붙어 항구와 인접에 있는 작은 마을, 그 마을을 먹여 살리겠구나 싶은 커다란 크루즈선. 모든 게 발아래에서 한눈에 보이는 것이 주노에서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여유시간이 있다면 트래킹을 해도 좋다. 나도 하고 싶었지만 두 시간 정도 걸리는 루트라 시간상 해볼 기회는 없었다.



트램에서 내려다본 마을과 항구. 빨간 굴뚝이 돋보이는 퀸 엘리자베스 :) 그리고 트램뷰 (출처: Travel Alaska)



어느 날은 5시간 정도 쉬는 시간 동안 외출했었다. 이날은 크루투어 (Crew Tour)로 빙하와 폭포를 구경하는 트레일 코스 (Glacier and Waterfall Trail)를 갔었다.


승무원 복지 중에 승객들 관광코스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이를 크루투어라고 불렀는데, 모든 기항지 혹은 코스가 가능한 것은 아니다. 담당부서에서 조건을 따져보고 선택하게 되는데 이게 또 선착순이라 시간 있다고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런 혜택은 거의 인맥위주이거나 혹은 운이 좋아야 한다.


코스는 멘덴홀 빙하 (Mendenhall Glacier)와 누겟 폭포 (Nugget Falls). 항구에서 버스로 이동하는데, 오고 가는 길에서 알래스카 흑곰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길고양이 길강아지는 봤어도 길곰돌이라니.. 쪼그만 것이 퉁퉁하니 귀엽고 신기하기는 했다.



내가 만난 길곰돌이 사진은 직접 못찍었지만.. 이런 상황이었다. (출처: Alaska)



알래스카 하면 떠오르는 것은 바로 박진감 넘치는 거대한 빙하일 것이다. 그에 비하면 멘덴홀은 거대하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수 있지만, 가장 접근성이 좋은 빙하 스팟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항구에서 셔틀도 운영하고 약 20킬로미터 정도만 이동하면 된다.


총길이는 약 20킬로미터, 폭은 약 3미터, 높이는 약 30미터로, 약 3000년 정도 된 멘덴홀 빙하는 푸른 빛깔의 멘덴홀 호수에서 솟아올라 있다. 안타깝게도 연간 3미터 정도씩 녹아 없어지고 있지만 아직 빙하의 신비함을 경험할 시간은 있다. 시기에 따라서는 얼음동굴 및 카약 체험도 가능하다.





그 옆에 누겟 폭포가 있는데 높이가 약 115미터 정도 된다. 빙하에 비하면 그 크기가 작기는 하지만, 한 장의 사진에 담은 두 빙하와 폭포를 보면 꽤나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다.


얼굴이 비칠 듯이 맑은 멘델홀 호수의 주변을 걸어 다니며 멋진 자연을 구경할 수 있는 이 코스는 약 40분 정도 소요된다.



사진 못찍어서 아쉬운.. 호수에 못들어가서 아쉬운.. (출처: Inspiration Cruises, Mark Kelley)



모든 일정을 마치고 다시 버스를 타고 항구로 돌아간다. 그렇게 좋아하는 배가 놀다가 들어가려면 어찌나 싫은지.. 들어가면 또 바로 업무에 복귀해야 하니 더 그렇기도 했다. 맑고 푸른 하늘이 더 우리의 발길을 잡아 친구들과 벤치에 앉아있다 괜히 최대한 늦게 들어가기도 했던 것 같다.





그해 알래스카 크루즈 중 마지막으로 주노에 정박한 날이었다. 친구들과 주노의 마지막을 봐야 한다며 출항할 때 선수 갑판으로 갔었다. 마침 바로 옆에서 로얄 캐리비안 크루즈가 지나가서 같이 기념사진도 찍고 괜히 손 흔들며 소리 질러 인사하고 재밌다고 깔깔 웃었더랬다.





일 년 만에 예전 기록들을 뒤척여보니 여전히 그립고 그때가 가장 좋았지 싶다. 그래도 나 자신이 바뀌면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할 수 있듯이 그때 이상의 기쁨과 보람을 찾게 되리라 믿으며.. 다음 편은 나의 최애 기항지 스캐그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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