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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팅베터 Jun 08. 2020

전화영어의 불편한 질문

그만큼 했으면 충분하지 않아?

영어 전화를 오랫동안 해오다 보니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그만큼 했으면 충분하지 않아?”

그리고 해외 나가면 영어 못해도 웬만하면 다 알아들으니까 열심히 할 필요가 없다 는 말을 듣는다.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인은 물론 아무렇게나 말해도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럼 그다음은?  해외에서 대화라는 게 일방적으로 한국인이 물어보면 외국인은 대답만 하는 게 아니다. 여러 가지 를 서로 묻고 답할 수도 있고, 감정적인 표현도 할 일이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더듬더듬 하면서 대화를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못 한다는 것을 자기 합리화하는 질문이 싫었다.


아직 충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고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영어에 더 많이 노출되고 싶은 심정이다. 그 질문이 전화영어에 국한된 건지 아니면 영어에 관한 전반적인 질문인지를 떠나서 사실 난 영어를 생활처럼 느끼는 사람 입장에서 그 질문 자체가 불편하다. 이건 마치 평생 먹어야 살 수 있는 생명체 앞에서 이만하면 충분히 먹지 않았냐고 묻는 것과 같다. 모국어도 사용을 안 하면 잊어버리듯이 영어 또한 그렇다고 생각하기에 영어를 배운 데는 끝이 없다.

언젠가부터 난 "영어공부"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영어는 언어 중의 하나이고 공부처럼 하는 순간 우리가 중학교, 고등학교 때 영어공부를 열심히 하여도 외국인 앞에서 말 한마디 하는 게 어려웠던 시간들을 돌아보면, 공부처럼 할 때만 하고 끝내는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점으로는 영어를 공부처럼 안 하기에 실력이 느는 속도가 느리다. 특정 단어를 일부러 외우거나 특정 발음을 반복하지도 않는다. 그냥 흘러가는 데로 둔다. 누가 보면 저렇게 하다간 100년 이상 시간이 지나야 영어에 말문이 열리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느리지만 나름대로 배우는 속도가 있다. 오늘 다 배울 수도 없고 내일 다 기억할 수도 없다. 마음을 비우고 하나하나 알아간다는 생각으로 영어에 나를 노출시킬 뿐이다. 필자의 하루 루틴은 이렇다.


듣기 : 전화영어 수업자료를 시간 날 때마다 듣는다. 보통 1시간 30분에서 2시간가량 듣는다. 듣다 보면 내가 했던 말이 틀렸다는 것도 알 수 있고 다음에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해 준다. 들을 때 집중해서 듣지도 않는다. 집중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고 공부로 여겨질 것 같아 자연스럽게 그냥 이어폰을 끼고 듣는다


쓰기 : 주로 영어 에세이를 쓴다. 감정이 담긴 글을 적다 보면 표현력이 느는 것을 느낀다. 영어로 표현하기 위해서는 나의 감정적인 부분을 영어로 변환하는 과정이 쓰기 능력뿐만 아니라, 영어 말하기에도 도움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읽기 : 전화영어 강사의 피드백을 읽는다. 그리고 USA Today에서 제일 관심 가는 기사 1개 이상 읽는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공부라는 느낌보다는 기사 읽기를 통해서 미국의 소식을 알 수 있다는 느낌으로 읽는다. 기사를 읽다가도 어려우면 다른 기사를 본다. 기사 1개를 완독 한다고 해서 영어 실력이 느느것이 아니기에 짧게 읽더라도 아는 부분 까지만 보고 다른 기사로 넘긴다.


말하기 : 전화영어시간에 하는 10분 또는 20분의 말하기를 한다. 듣기로 돌아가서 수업내용을 듣다가 따라 하고 싶은 부분만 따라서 말한다. 이건 쉐도잉과 다르게 듣고 따라서 말하는 게 아니라 듣기 전에 미리 말하는 것이다. 왜냐면 반복적으로 들었기에 내용은 거의 다 외우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리고 업무적인 것은 이메일보다는 직접 전화통화를 한다. 그 상대편 외국인이 나의 말하기의 틀린 점을 이야기해준 않지만 서로 대화하다 보면 그 상대편의 네이티브적인  표현을 따라 하게 된다


영어를 제대로 배운 사람 입장에서는 나의 영어 배우는 방식이 이상할 수도 있다. 시중에 영어를 배우는 수많은 방법에 관한 책이 나와있어도 그 방법에 최적화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고 생각된다. 나 또한 그렇다. 나의 방법은 영어라는 언어를 배우는 데 있어서 긴장하지 않고 힘을 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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