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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랑 Nov 18. 2022

9화. 가벼울 수 없는 엄마의 택배 박스

가득가득 눌러 담은 박스는 마치 엄마의 마음과 같다.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이번에 김장하면서 담근 겉절이가 맛있게 됐는데 보내줄까?"
"네, 그럼 좋죠~ 엄마가 만든 겉절이 최곤데"
좋다는 나의 말에 엄마는 하나씩 더 보탠다.
"네가 깍두기도 먹고 싶다고 해서 아빠랑 어제 담갔어, 같이 보내줄게."
"으아~ 진짜요? 너무 좋다."

그 후로도 택배를 싸면서 물건이 늘어났다고 한다.

김치만 보내셔도 된다고. 김치면 충분하다고 해도 생각나서 네가 좋아하는 음식도 같이 넣었다고 말씀하신다.


박스 안에 빈 공간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이거 안 필요해?" 물어보시며 하나씩 더 챙겨 넣어주신다.


'알아서들 사 먹겠지.'라고 말리는 아빠와
그런 아빠를 뒤로하고 몰래 하나라도 더 박스에 넣는 엄마.

어느 하루는 '너에게 택배 보내기 힘들다.'라고 말씀하시길래. '그럼 사 먹을게요 괜찮아요~ 정 먹고 싶으면 엄마 집 가서 먹을게요.'라고 말해보았다. 지나가는 말로 엄마가 해준 거 먹고 싶다는 말이 마음에 남아서 꼭 해줘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그럼 보내실 때 처음 보내고자 한 것만 보내주세요,

더 안 챙겨서 넣으셔도 돼요.'라고 말해도 박스에 담다 보면 생각난다고 하신다.  엄마가 말씀하신 택배 보내기 힘들다는 말이 빈 공간을 그냥 두기가 힘들다는 말인 걸지도 모르겠다.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마음,
나도 아이가 생기고 나니 그 마음 조금은 알 것 같다.

나중에 아이가 독립해서 엄마가 해준 음식이 먹고 싶어라고 하면 나 또한 이것저것 다 챙겨 넣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너 이거 좋아하잖아, 같이 보내줄까?"라고 달콤한 말과 함께 택배 박스가 점점 무거워지겠지..

이번에 택배 받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그저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맛있게 먹고서 맛있었다고 꼭 말해야지.
어쩌면 택배 박스에  엄마의 마음이 다 안 담겨서 자꾸만, 자꾸만 더 담으려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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