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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들리Ridley Aug 22. 2024

기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게 좀 많아요

리들리 수필

  취향에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음악, 영화, 도서, 하물며 음식까지도. 유난히 싫어할 이유만 없다면 가리지 않고 수용하는 편이다. 아이돌 음악과 한국 힙합을 번갈아 듣고, 시집을 읽던 도중 갑자기 <존 윅 2>를 스트리밍한다. 오이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그게 한식이든 일식이든 딱히 가리지 않는다. 취향의 범주가 넓은 편이다. 거슬리는 점만 없다면 구태여 피하지 않는다. 웬만해서는 편견을 가지지 않으려 한 다.



  좋아하는 존재가 많아질수록, 세상을 보는 시야를 개척하는 기분이었다. 더 넓은 세상, 더 많은 세상을 알아가는 기분. 글을 쓰기 이전과 이후의 나의 삶이 완전히 다르듯, 산전수전 모두 겪어본 베테랑과 겪어보지 못한 신입의 입장이 전혀 다르듯, 어떤 존재를 좋아하고 알아가게 되면 그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그 순간이 좋았다. 어떤 성장의 순간이었다. 역시 나는 성장하길 원했다.



  자주 글을 쓰는 입장에서 좋아하는 존재가 많다는 건 나름의 축복이다. 이야깃거리가 늘어난다는 의미이므로. 글은 결국 글쓴이가 보고 듣고 먹은 존재에 관한 경험에서 출발한다. 하다못해 초등학생의 일기마저 '오늘 있었던 일'로 채워지는 것과 같다. 경험을 바탕으로 사색에 잠기고, 그 사색을 바탕으로 오늘의 글을 쓴다. 반대로 좋아하는 존재의 범주가 넓지 않다면, 이야깃거리는 깊을 수는 있어도 그리 넓지 않을 테다.



  설령 글을 쓰지 않아도, 좋아하는 존재가 많다는 사실은 그리 나쁘지 않다고 여긴다. 마음을 한 곳에만 퍼다 주면 그것이 사라져 버렸을 때 남겨진 이는 견디기 어렵다.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으라는 말이 괜히 있을까. 하나에만 과하게 의존하는 개인은 언젠가 무너질 확률이 높다.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음을 여러 곳에 나눠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로지 겨울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나머지 계절 속에서는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몇 주 전에는 기다려온 <최애의 아이> 2기가 방영되었다. 최근에는 엔믹스의 새 EP가 발매되었고, 조만간 <베테랑 2>가 개봉한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쿠엔틴 타란티노의 마지막 영화도 개봉하겠지. 좋아하는 존재가 많다. 기대하는 순간과 기대를 충족하는 순간이 많다. 행복해질 기회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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