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들리 수필
5년 차. 아이돌로 따지면 어느덧 소속사와의 재계약을 고민할 만한 연차이고, 야구선수로 따지면 잠재력이 만개할 즈음의 연차 다. 그러나 대학생의 수명은 그보다도 훨씬 짧기에, 5년 차라면 아마도 대학 생활의 황혼기이지 않을까. 대학의 낭만은 서서히 저물고 현실이 주는 압박감으로 고민할 시기. 나 또한 4학년의 마지막 학기만을 남기고 있는 '화석'이기에, 남은 학점이 두 자릿수에 미치지 못하고, 마지막 종강 이후의 삶을 고민하고만 있다.
지금에 와서 그간의 대학 생활을 되돌아보자면, 그다지 특기할 것 없는 평범한 대학 생활이었다. 몇 명의 친구를 사귀고, 나름의 사건들을 겪었으며, 과 생활과 동아리 활동을 적절히 섞어가며 이어나갔다. 비록 '코로나 학번'이라는 운명 탓에 엠티나 개강 파티 같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어떤 낭만을 놓쳐버리기도 했지만, 나름대로 없는 것 말고는 모두 있던 대학 생활이었다. 별점을 매기자면 5점 만점에 2.5점 정도. 기억에 남은 건 항우울제에 취해 자취방에서 웅크려 자던 기억과,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사람들과 자주 인스타그램 맞팔을 한 기억뿐. 기억은 많았어도, 1년간의 휴학보다 휴학 이전 4년간의 대학 생활이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는 건 왜일까.
그렇게 입학 이후 다섯 번째 여름을 맞이했다. 사실 복학하고 싶은 마음은 그리 크지 않다. 솔직한 심정으로, 더는 의미가 없다 고 해야 할까. 회계 교재를 펼쳐 읽거나, 과제를 위한 글을 쓰는 일을 더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도 내게 왜 자퇴하지 않냐고 묻는다면, 나의 대답은 단순하다. '그동안 등록금을 내어준 아빠에게 맞아 죽을까 봐', 그리고 '유종의 미'. 더 단순하게 말하자면, 대졸자가 되기 위한 졸업장이 필요해서다. 현재로서는 졸업식도 시간 내어 가고픈 생각이 없을 만큼, 대학에서의 소속감이 많이도 희미해져 있다. 더욱이 학교는 본가에서 너무 멀다.
그런데도 여전히 고민한다. 많이도 혼란스럽고. 사실 아무것도 모르겠다, 아무것도 쉽게 가늠할 수 없을 것만 같다. 나는 캠퍼스 바깥의 세상을 잘 알지 못하고, 못된 어른을 자주 만난 만큼 사회를 향한 두려움을 안고 있다. 가끔은 평생 학생이나 하면서, 온실 속의 화초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애석하게도 우리 집은 그리 좋은 형편이 못되기에, 평생 공부를 할 수 있을 미래는 결코 그릴 수 없겠지만.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돈 많은 백수가 되고 싶다'는 수준의 욕심에 불과할 뿐이다. 역시 나는 성장하길 원한다. 지금보다는 더 큰 어른이 되고 싶고, 사회에서 제 몫을 해내는 어른이 되길 원한다. 다만 아는 게 적어서 불안할 뿐이지. 받아들여야겠지만, 곧 내게 다가올 성장통이 두렵다.
졸업을 앞둔 시기의 삶과 어렴풋이 보이는 앞날이, 이 글을 쓰는 지금과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변하기를 바라는 요소와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요소가 있다. 원하는 대로, 그리고 원하는 만큼 나의 오늘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그날의 나도 행복했으면 한다. 미처 행복하지 않더라도, 후회하지는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