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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자몽 Nov 19. 2024

7년 전, '라이언'에게 화가 났던 이유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이런 제길!" 라이언을 따라 그려보기를 했다.

한때 무척 귀엽다고 생각했던 라이언.

하지만 그날은 전혀 귀엽지가 않았다. 이 눔의 '라이언' 때문에 기분 나쁠 일이 있었다. 구구절절한 사연은 잠시 생략하고, 대신 그림을 그리며 풀기로 했다.


쉬워 보이던 라이언도 이런 상태로 그리려니 잘 그려지지 않았다. 마음도 풀 겸 몇 장 망치면서 따라 그려보니, 그전에 안 보이던 게 보인다.




그는 참 표정이 없고 무덤덤한 캐릭터였다.

자세히 보니 이건 사자도 아니고 영락없는 곰이다. 감정 없는 곰. 밉다 밉다 하니 한없이 미워 보이는 건가. 근데 식식대는 나한테만 미워 보일 것 같았다.


화가 나서 식식대며 그리니 삐뚤빼뚤 못 생긴 게 전혀 귀엽지가 않다. 역시 내가 그린 그림에 내 마음 상태가  드러나는 건가? 몇 장 망쳐서 종이를 구겨 버리고. 이제 그만 생각해야겠다.


라고 2017년에 생각하며 그렸다.

그리고 7년이 흘렀다.



이제 2024년.

나는 더 이상 라이언에게 아무런 감정이 없다.

그래서 이제 그날의 사건에 대해 쓸 수 있다.


블로그에 어느 글에 라이언 움직이는 gif를 하나하나 모아서 갈무리를 해두었다. 볼 때마다 뿌듯하고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댓글이 눈에 띄었다. 라이언 그림을 다운로드하고 싶다는 거다.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zip파일로 만들어 올렸다. 그게 문제였다.


그냥 게시하면 아무 문제가 없었으나, 다운로드할 수 있게 해 놓으면 저작권에 걸리는 거였다. Daum에서 메일이 왔다. 해당글은 저작권에 위배되어 가려졌다는 내용이었다. 문제가 있어 내리겠다는 말이었는데,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틀린 말도 아니었는데...


그래서 죄 없는 라이언을 아주 못 생기게 그리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 몇 차례 더 라이언을 그렸다. 써놓고 보니 별 일 아니었는데.. 그때는 왜 그렇게 화가 났을까.


역시 인간은 좀스러운 존재인가.

미안하다. 라이언.

이제는 춘식이에게 주연 자리를 내어준, 한 때는 반짝반짝 빛이 나던 카톡 세계의 스타에게 안쓰러움과 짠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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