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30일 목요일
이번 주는 1월의 마지막 주이다. Y는 내일까지 하기로 한 일이 있었다. Y의 모습을 보았을 때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물어봤다. 역시나였다. Y는 손도 안대고 있었다. 화가 났다. 내일 하루가 남았지만 내일까지 도저히 끝낼 수 없는 양의 일이다. 학창시절 공부할 때도 일주일동안 하면 할 수 있는 양의 숙제도 미뤄두고 있다가 전 날 하려고 하는데 도무지 끝낼 수 없는 양이라 ‘에이 내일 가서 그냥 엉덩이로 비비자’라고 하며 책장을 덮었던 기억들 있을 것이다. 없나? 나만 있나보다.
요새 가장 큰 화두는 공과사의 구분이다. 우리 회사는 특수한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공과사 구분이 굉장히 어렵다. 함께 일하는 Y와 A는 내 친구들이다. 심지어 Y와는 이제 안 시간과 몰랐던 시간이 비슷해졌을 정도로 오래된 친구이다. 고등학교 절친이라고 하면 말 다했지. 그런데 이런 친구관계가 회사 일에는 비단 긍정적인 역할만 하진 않는다는 걸 깨닫고 있다. 특히 Y와의 관계가 문제이다. A야 회사 연습실에서 음악 제작 파트 및 루네 컨트롤을 하고 있으니 부딪힐 일이 거의 없어서 A와의 마찰은 무시해도 될 정도로 미미하다. 하지만 Y와는 하루 종일 붙어있다.
공은 공, 사는 사니 구분하면 되지 않아? 라고 쉽게 말 뱉지 마시라. 이게 나도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막상 그 상황에 닥치니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회사가 딱 업무시간에만 업무 일을 하면 되는 업종도 아니고 특성상 주말 업무도 많다. 반면 낮에 좀 쉴 때도 있다. 그러다보니 공과 사를 구분할 수 있는 가장 큰 경계인 시간이라는 장치가 무용지물이다.
사실 평소에 일할 때는 큰 상관이 없다. 우리는 심지어 업무 시간에 그냥 서로 친구처럼 편안하게 지낸다. 물론 누군가는 업무시간에는 서로 존댓말 쓰는 등 공적으로 대하는 게 낫지 않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위에 말한 것처럼 우린 업무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해봤다. 우리가 모르는 새로운 직원이 들어온다면 모를까 지금의 상황에서는 인위적인 공적 분위기 형성은 쉽지 않다. 오히려 친구관계로 편안하게 서로 일하는 게 현재로선 더 낫다는 판단이다.
문제는 내가 대표로서 Y를 직원으로 대해야하는 순간이다. 나는 대표이다보니 주로 지시를 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Y는 직원이다보니 주로 그 지시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마찰이 많이 생긴다. 대표로서 권위를 보이기엔 Y가 너무 친하다. 때로는 Y가 나를 대표가 아닌 친구로서만 생각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 정도이다.
내가 부탁한 일이 기한 안에 지켜지지 않을 때가 더 큰 문제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내 부탁이 기한 안에 지켜지지 않았을 때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 사이에 서 있는 나와 Y는 어쩔 줄 몰라 한다. 친구관계를 아예 버리면 뭐 쉽다. 속된 말로 지랄하고 다시 기한을 줘서 무조건 끝내지 않으면 그에 맞는 벌을 주면 된다. 하지만 그러기엔 우리 사이는 너무 쫀득쫀득 끈적끈적하다. 그렇다고 꾹 참고 가자니 회사가 걱정이다. 이런 모습으로 진행되다보면 일 속도가 개미핥기가 걷는 수준일 것이다.
난 잘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친구와 함께 회사를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나마 돈 문제로 얽혀있진 않아서(이 회사는 100% 내 자본이다) 다행이라고 위안하지만 그 뿐. 공과 사를 절묘하게 적절하게 구분해서 공적인 영역에서도, 사적인 영역에서도 모두 웃으며 잘 지낼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알려주십시오. 사부로 모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