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기한을 당겨주세요’라는 말을 들었을 땐

초보 대표의 좌충우돌 사업 이야기 - 1월 29일 수요일

by 훈남하이 김대표

다른 회사와 일을 할 때 가장 엄격히 지켜야할 건 마감기한이다. 수없이 쌓은 신뢰도 순식간에 망가뜨리는 게 바로 그 마감기한 미준수라 마감기한은 무조건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생긴 잔머리가 있다. 실제로 할 수 있는 기한보다 더 먼 시점으로 마감기한을 잡기. 이를테면 우리의 능력과 스케줄 상 열흘 뒤인 다음 주 수요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인데, 이를 보름 뒤인 다다음 주 월요일로 이야기하는 것. 그렇게 하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번 셈이라 실제 작업도 조금은 여유를 갖고 접근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결과물도 꽤 괜찮은 편. 역시 여유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드나보다.


거래처에서 연락이 왔다. “대표님. 시기를 당겨주셔야 할 거 같아요.” 다음 주 금요일까지 하기로 한 일을 이번 주 금요일까지로, 무려 일주일이나 당겨달라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하지만 우린 소위 까라면 까야하는 상황 아닌가? 아 물론 거래처를 나쁘게 말하는 거 아니다. 웃으며 이야기했다. “가능합니다.”


통화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Y와 긴급 전화 회의를 가졌다. 난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고, Y는 당연히 당황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우리는 요청받은 대로 해야 할 뿐이다. 그나마 다행히 위에 내가 말한 내 잔머리 덕분에 사실 정말 어렵거나 그런 건 아니었다. 실제로 이번 주 금요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인데, 일주일의 시간을 더 벌려고 다음 주 금요일로 말해놓은 것. 아. 이 글을 그 분들을 포함한 지자체나 주최 측이 보면 안 되는데.


올라오는 길 꽤 많은 시간을 Y와 통화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Y가 설 연휴 내내 나왔다는 거 아닌가? 심지어 어제는 새벽 2시에 퇴근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 우리 회사에 제안서 작업할 게 산적해있어서 어느 정도 고생은 할 줄은 알았지만 Y가 이 정도까지 열심히 했을 줄은 몰랐다. 솔직히 감동이었다. 그러니 내가 이렇게 회사를 비우고 외부 미팅을 다니며 일을 끌어올 수 있는 거 아닌가? 실제로 우리 회사의 역할 분담은 이런 식이다. 나는 대표라는 타이틀이 주는 약간의 무게감으로 사람들을 만나 일을 따오고, Y는 안방에서 내가 따온 일들을 색칠하고 실제로 구현하는 작업을 한다. 이런 업무 분담과 체계가 회사를 조금씩 성장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어쨌든 Y의 이런 수고 덕분에 거래처의 급작스러운 일정 조정도 조급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대처할 수 있었다. 역시 믿을맨 Y. 회사가 크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보답해야할 사람이다. 서울로 올라가는 길, 깜깜한 고속도로가 환하게 밝혀진 듯 든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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