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를 힘들게 했나

우울증의 시작

by 아임유어엠버



지난해 겨울, 휴식을 위해 회사에 병가를 냈다. 직원들이 연이어 퇴사를 하면서 공백이 생기는 업무를 떠맡다보니 지쳐갔던 차였다. 다행히 회사 측의 허락이 떨어져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평생 다신 없을 달콤한 휴식을 즐겼다.


그런데 그게 나의 실수였다. 자리를 비우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회사를 나갈 생각이 있어서 병가를 냈다고 넘겨짚은 부서 상사는 나 대신 세 명의 직원을 뽑았다. 그 사실을 몰랐다가, 한 달이 조금 더 지나 상사에게 연락을 했다. 돌아오는 답이 가관이었다.


“너 없는 사이에 직원을 더 뽑아서, 네 자리는 없다”


원치않는 부서 이동이었지만 내가 떠밀려서 회사를 나갈 필욘 없기에 받아들였다. 새로운 상사와 새 업무에 적응해나갔다.


다정하던 상사는 뜬금없는 사이에 급브레이크를 걸곤 했다. 본인이 제대로 이해를 못해놓고 내 작업물이 잘못됐다고 하거나, 하지 않은 말을 했다고 하면서 나를 치매환자로 만들었다.

전 부서에서 내가 큰 잘못을 해서 ‘유배’를 온 것처럼 몰아가기도 했다. 전 부서 상사 험담을 하고, 반대로 전 부서 상사가 내 험담을 했단 이야기를 내게 전하면서 감정을 어지럽혔다.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그가 나와 ‘업무 외적인 관계’를 맺고 싶어했다는 사실이다. 점심 시간에 회사 밖으로 나를 불러내 밥을 사주는 건 이해되는 범주의 행동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를 사무실 밖으로 부르는 횟수가 잦아졌다. 부서에 다른 직원도 있는데 굳이 나만 따로 불러냈다.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에 불러내고는 4시간이나 일을 못하도록 나를 붙잡아 둔 적도 있다.


전 부서 상사와 예전부터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과 현 부서 팀원들이 자신을 향해 욕을 쏟아붓고 퇴사했다는 것 등을 알게 됐다.


이상한 점은 그가 사무실 바로 근처에서는 만남을 원치 않아했다는 것이다. 꼭 30분쯤 떨어진 동네로 나를 불러 내 비밀 이야기를 하듯 본인의 속내를 꺼내보였다. 공식적인 업무장소인 사무실에서도 내가 말을 거는 걸 싫어했고, 카톡으로만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했다.

“내가 너한테 이렇게 밥도 차도 사주는 거 안 부담스러워?”


어느 날 카페에서 차를 마시다가 그가 이런 물음을 던졌을 때, 무슨 말인지 즉각 이해가 안됐다.


“뭐가요?”


“아니, 이렇게 카페에서 차도 사주고 대화도 하는 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부장을 업무적으로 대하고 있고, 부장도 저를 업무적으로만 대하고 계셔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요.”


내 말에 그는 할말을 잃은 듯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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