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km’ 완주.
마라톤 기록증에 적힌 숫자에 실감이 안났다. 내가 해냈다고? 19일 동안 8km이상의 거리를 달렸다니! 그야말로 정신승리다.
평범한 운동 기록을 정신승리라고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울증 환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우울증에 걸렸다고 달리기를 못한다는 법은 없다. 나는 평소 생각이 많아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려 상상의 나래를 펴고 감정조절을 잘 못해 기분이 다운돼 있는 축에 속했다.
중요한 건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19번이나 침대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누워있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뛰기 위해 현관문을 나섰다. ‘컨디션이 별로니 오늘 하루 쯤은 운동을 안하고 싶다’는 욕망을 떨쳐내고 땀을 흘렸다.
그 마음들이 모여 좀 더 건강한 몸과 정신의 나를 만들어냈다. 달리는 동안엔 숨이 차올라서 이런 저런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다. 순간의 호흡에 집중하니 에너지를 조절하는 통제력도 생겼다. 무엇보다, 달리는 횟수가 늘수록 숨가쁨에 익숙해지고 체력이 단련됨을 느꼈다.
이 정도면 정신승리가 아니고 인간승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