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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슬금 Jul 24. 2022

이 나이가 되어서도 왜 여전히 부끄럽지?

처음 뵙겠습니다





이전에 쓴 다른 글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어디서 초장부터 반말을 들을 나이는 아니다. 이 말인즉슨, 직장 생활을 했고, 낯선 사람 혹은 어려운 사람과 한 자리에서 식사를 해 본 경험도 제법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렇게 나이를 먹었음에도 여전히 낯선 사람과 마주할 때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얼마 전 W와 지인의 사무실을 방문했었다. 본인 사무실의 직원을 소개했고, 직원은 업무를 하다 말고 일어나서 대표의 손님인 나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하셨다. 어찌 보면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다. 나 역시 같은 상황이었다면 일어나서 인사를 했겠지. 하지만 나는 보았다. W와 지인이 같은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계속 서계시는 직원을. 지인은 대화하느라 눈치를 못 챈 것 같고, 내가 앉으시라고 나서기도 애매했다. 바보같이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다. (금방 나갈 줄 알았지!) 직원의 업무를 방해한 것 같아 민망했다. 내가 결코 반가운 손님이 아니었을 텐데. 이런 경우 낯선 사람과의 인사는 나눈 것이 과연 잘한 일인가 싶다.

온라인으로 소통했던 랜선 친구를 처음으로 대면하기로 했던 날은 또 어땠던가. 랜선 친구가 긴장한 듯하여 '편안하게 대해야지, 입은 다물고 지갑은 열어야지' 다짐했었다. 하지만 결론은? 평소보다 더 수다스러운 모습만 보여줬다. 초면부터 이렇게 수다스럽지 않은데...라고 말하지 못한 채 아쉽게 헤어졌다. 직접 만나게 되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들은 정작 다 잊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만 신나게 떠들었다. 낯선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오히려 실수만 한 것 같았다. 


하지만 재미있는 사실 하나.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이 주 업무인 판매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신기할 정도로 전혀 부끄럽지 않다. 하나도 긴장하지 않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저 일일 뿐,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없기 때문일 거다. 


내가 생각해도 이건 너무 선택적 부끄러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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