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난 괜찮은 적이 없었다. 괜찮다고 믿은 순간만이 있었을 뿐. 내 재미있는 삶의 끝은 언제가 될진 몰라도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것일 거라 어렴풋이 생각해본다.
점점 가라앉아있는 나를 잠깐씩 끌어올려주는 것은 소탈한 것들이다. 하늘로 솟아있는 내 고양이의 꼬리, 내 목소리를 들을 때 살랑이는 또 다른 고양이의 꼬리, 그리고 나의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남자 친구가 순간순간 짓는 표정 같은 것이다.
이처럼 인간사 영원한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나의 삶이 영원하지 않은 것은 곧 나의 생이 죽음으로 변해가는 것이며 이것은 슬퍼할 일이 아니다. 절로 그러하리라는 자연의 뜻처럼 나의 삶이 이 같은 방향성을 가진 것은 자연스러운 것에 속한다. 누구나 아는 자연의 오랜 섭리일 뿐이다.
자연만큼은 그런 이유로 영원하다. 하나의 섭리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저물고 낡고 부서지고 약해지며 이름만 다른 하나의 현상을 향해 나아간다. 짧은 인간의 역사에 거스른 적 없이 전해온 진리이자, 진담이다.
그래서 삶은 농담인 것이다(은희경, 새의 선물). 웃어넘길 수 있는 것들이 모여 삶을 이룬다. 동경하는 영원의 것에 닿아있지 않으니 깊이가 없어 즐겁다. 그런데 내 삶에서 웃어넘긴 것은 무엇이 있나. 오늘 저녁 나를 할퀴고 지난 것들, 그 흔적을 보듬어 보는 나의 태도. 나는 그 무엇도 웃어넘기지 못했다. 내가 웃어넘기지 못해 내게 남은 모든 것은 농담에 반하는 것이라 삶의 일부도 아닌 것이다.
나의 하루는 때때로 죽음과 더 가까이에 위치한다. 생기 없는 것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차마 농담으로 넘기지 못한 것들은 두고두고 남아 나의 멀쩡한 날들을 볼모로 잡고 나를 떠오를 수 없게 움켜잡는다. 이것들을 보고 있을 때면 이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궁금해 하기보다 늘상 이것들을 받아내고도 이겨내지 못하는 나를 가엽게 느끼는 것이다. 누구처럼 의지가 강하다면, 하다못해 체력이라도 좋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가여운 나, 그리고 아무것도 없어서 어떤 행동도 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있는 나.
무기력함에 절여진 육신에 정신만이 멀쩡히 또렷하여 무상한 시간이 덧없이 재미있는 인생이다. 그래서 삶은 농담이다. 그리고 나는 모든 것이 웃기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