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의 자는 얼굴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요조

by mam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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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하는 타인의 자는 얼굴을 바라보며 단순히 웃기다거나, 평화로워 보인다거나 하는 것을 넘어 연민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김소연 시인은 [마음사전](마음산책)이라는 책에서 연민이라는 감정을 '사무치는 동질감'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너'와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정말 믿어짐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너'의 자는 얼굴은 '나'에게 거부할 수 없는 비감을 불러일으키게 되는 것일까.(요조,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72쪽)




오늘의 이야기


나는 너무 자주 소파에서 잠들어버리는 남편을 둔 아내이다.

남편은 저녁 시간이 아깝다며 "조금만 조금만 더 버텨볼래" 하다가 그대로 잠들어버린다.

초반에는 그렇게 소파에서 잠들어버린 남편을 가까이에서 흔들어 깨워보다가 요즘은 멀리 떨어져서 나의 목소리로 남편을 깨운다.


요조님의 글을 읽고나서는 나도 몰랐던 내 마음이 조금 이해되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해주세요. 하고 기도하던 매일 저녁 내가 정말 걱정하고 두려워했던 뭔가를 알아차리게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어느 아침 거실에 나온 내가 오빠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마주하지 못하고 "오빠 일어나" 또는 "방에가서 자" 했던 걸까 하는 얇은 깨달음.


그리고 우리가 진짜 사랑을 시작하고 있는 것 같은 확실한 알아차림.


어제 남편이 "나 진짜 힘들었어" 하며 마사지건 안마를 요청했다. 나는 "응 그랬구나"하며 그 요청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있다가 남편이 이마에 손을 가져다 데고는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요즘 들어 내가 감기 기운이 있는 탓에 나에게 옮겼나? 하며 진통제를 사이좋게 한 알씩 나눠 먹었다. 남편과 나는 둘 다 뇌출혈 가족력이 있는 터라 머리가 아프다고 하면 괜히 마음부터 철렁 내려앉는다.


근육이 아프다는 말을 헬스장에서 근육을 너무 찢어놔서 그렇다는 말이나 나도 오늘 아주 바빴다는 말로 지나갈 수 있지만 머리 아프다는 말은 외면하기가 힘들다.


그래서 나는 소파에 누워있는 남편의 머리맡에 가서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기 시작했다. 남편이 말했다. "나한테 왜 이렇게 잘해줘?" 나는 손을 계속 움직이며 말했다."말했잖아. 나는 죽음에 대해 매일 생각한다고." "왜?" 하고 남편이 물었다. "예전에 아빠 뇌출혈 왔을 때 생각했거든. 방금까지 괜찮았다가 언제든 가족이 죽을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을 하니까 너무 무서운 거야. 그래서 요즘도 매일 기도하잖아. 우리 가족 모두 모두 오래오래 죽지 않고 다 같이 이렇게 살아있으면 좋겠다고."


남편은 다시 눈을 지그시 감고 안마를 받는다.

꼭꼭 꼭꼭 내 손가락이 남편의 두피, 목덜미, 흉쇄유돌근을 눌러준다. 언제 올지 모를 그 무엇은 너무 무섭지만 우선 지금의 안마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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