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관 시술의 첫 관문, 난자채취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고 새롭게 바뀐 주사에 어느새 몸이 적응했다. 과배란 주사를 맞으면 오는 울렁거림과 퉁퉁 부어오르는 몸, 식은땀을 흘리면서 자는 잠은 이제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나저나 내 난자들은 잘 자라고 있나?’ 궁금함과 걱정스러움은 마음의 기본값이 되었다. 인공수정을 할 때보다 체감상 10배는 더 괴로운데, 이 정도로도 난자 채취가 잘 되지 않으면 어쩌지 걱정되는 마음이었다.
과배란 주사를 일주일 정도 맞다가 산부인과에 갔다. 초음파를 보며 난포들의 개수로 채취할 수 있는 난자의 개수를 유추하고 채취일을 잡기 위해서였다. 자궁초음파를 보신 선생님은 고개를 갸우뚱하셨다. 생각보다 난포들이 많이 생기지 않았다는 거였다. 약의 용량을 조금씩 늘려서 다시 처방을 받았고 예상하고 있던 난자채취일은 며칠 뒤로 미뤄졌다. 명절 연휴 전에 난자 채취를 하고 연휴가 끝나는 대로 배양된 배아를 이식하려던 계획 또한 받아들여야 했다. ‘명절 동안 난자들이 잘 자라줄까? 다음 진료 때도 잘 자라지 않는다면 난자 하나 얻지 못하고 다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 건가?’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불안이 몸집을 부풀리고만 있다.
병원에서 돌아온 다음 날이 되었다. 어제부터 이상하게 머리가 아프고 기침이 나고 열이 나는 게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동네 이비인후과에서 난자 채취를 앞두고 있다고 하니 약을 지어주는 걸 조심스러워했다. 목과 코가 많이 부어있으니 일단 필요한 약을 지어주겠다고 난임병원에 가서 이 약을 먹어도 되는지 꼭 상의해 보라고 했다. 집에 가는 길에 혹시 몰라서 코로나 검사 키트를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검사해 보니 코로나 양성. 회사도 안 다니고 만나는 사람도 거의 없는 데다가 운동을 갈 때면 꼭 마스크를 끼고 갔는데 도대체 어디에서 걸린 건지 억울한 마음이었다. 혹시나 코로나에 걸렸다고 병원에 말하면 힘들게 맞은 주사도 고생하며 키운 난자들도 한 번의 생리로 흘려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난자채취일까지 이제 겨우 일주일을 남겨뒀는데 그때까지 코로나 음성이 나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과 ‘병원에 말하지 말고 그냥 가서 난자채취만 하고 오면 되잖아. 난자 채취도 못하고 이대로 생리로 흘려보내자고? 힘들게 맞은 주사는?’ 하는 생각 그리고 ‘나 때문에 다른 환자들이 코로나에 걸리면 그분들도 지금까지 맞았던 시술 과정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잖아. 이기적으로 생각하지 말자.’라는 생각이 머리에 톡톡 박혔다.
난자 채취하는 날이 되기 전까지 어쨌든 코로나를 이겨내 보자 하는 마음으로 방향을 잡은 후 일단 지어온 약을 잘 챙겨 먹어보기로 했다. 다만 강하고 자극적인 약을 먹으면 혹시 난자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쳐 나중에 이식 후 유산이 되거나 기형이 생기게 될까 봐 걱정되었다. 난임병원에 전화해서 감기 때문에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더니 약봉투에 인쇄된 처방약 항목을 찍어보내라셨다. 다행히 이대로 약을 먹어도 된다는 답변이 왔고 그 뒤로 약을 모두 꼬박꼬박 챙겨 먹고 이틀에 한 번꼴로 비타민 수액을 맞고 입맛이 없어도 밥을 꼬박꼬박 챙겨 먹고 가습기를 트는 등 다양한 노력을 했다.
그렇게 난자 채취를 하루 앞두고 있는 날이 되었다. 몸은 가뿐해진 것 같은데 코로나 검사 결과는 어떨지 몰라 다시 키트를 뜯어 콧구멍을 깊숙이 찔렀다. 눈물이 날 정도로 찌르고 키트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데. 결과는 다행히 음성. “와아!” 검사 결과에 기쁜 소리를 지르는 나를 보고 남편이 어리둥절했다.
아마 남편에게는 이번 난자채취가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일이 아니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일 년에 한 번밖에 돌아오지 않는 취업시험을 놓칠까 봐 전전긍긍하는 마음이었으니까.
아마 난임시술을 계속하는 기간 내내 남편과 내가 가진 마음의 크기는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것 같다. 난임병원에 다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좋은 것은 하나, 내가 가지고 있는 조바심이나 괴로움을 상대방도 모두 느꼈으면 하던 초반의 마음이 조금씩 무뎌진다는 것. 내 마음이 더 편해지는 방향으로 나도 몸과 마음을 틀어가는 것 같아 한편으로는 다행이다.
이제 난자채취와 배아 이식이 남았다. 잘해보자 나의 난자야,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