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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ng Oct 16. 2024

드디어 시험관 시술의 꽃, 배아 이식!!


지난번에 채취된 나의 미성숙 난자들 8개 중 다행히 5개가 무사히 성숙과정을 거쳐 정자와 만나 수정되어 배아로 성장했다. 한두 개의 배아로도 감사했을 텐데 무려 5개라니. 적어도 두세 번은 이식할 수 있는 양이었다. 선생님께서 수정된 배아는 2개, 3개로 묶여 냉동되었다고 말씀해 주시며 이번에 이식될 4일 배양 배아들 2개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셨다.(난자와 정자가 만나서 수정된 후 며칠이 되었는지에 따라 3일, 4일, 5일 배양 배아로 나뉜다. 배양일에 따른 임신 확률은 난임카페에 올라오는 질문들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동글동글 오동통한 예쁜 모양이었다. ‘안녕? 잘 부탁해.’ 마음속으로 배아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만약 이번에 임신에 성공한다면 자연임신과 다르게 아이의 배아 모습부터 본 게 되는 거구나! 생각하니 그간 고생했던 것보다 시험관 시술의 특혜를 누리고 있는 듯한 행복감이 들었다.      


배아를 이식한다는 것은 배아를 자궁벽에 붙여서 자리 잡게 해주는 것인데 인공수정보다 훨씬 직관적이고 과학의 개입이 깊은 과정이라고 느껴졌다. 이제 이식일까지 매일 주사를 맞고 질정을 넣어야 한다. 그리고 시술하고 2주가 지난 후 임신이 확인되더라도 임신 13주 정도까지는(이 기간은 환자와 병원에 따라 다르다) 임신호르몬을 유지시켜 주는 주사를 맞고 질정을 넣어야 한다.      


시험관 시술을 시작하기 가장 망설였던 이유가 어마어마한 자가주사 양 때문이었다. 인공수정은 자연적인 생리 주기에 맞춰 시술을 하기 때문에 주사의 양이 많지 않은데. 시험관 시술은 생리주기가 주는 혜택을 받지 못하고 모든 것을 주사와 질정 등으로만 임신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야 하니 써야 하는 주사의 양이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난임 카페 후기에서 찾아보니 하도 주사를 맞아서 배에 멍들지 않은 곳을 찾기가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난자 채취 전 2~3주 동안 주사를 맞는 일도 괴로웠는데 거의 3달 넘게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임신만 된다면, 임신이라는 관문을 통과할 수만 있다면 내 뱃가죽이 너덜너덜해져도 상관이 없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드디어 배아를 이식하는 날이 되었다. 요 며칠 주사를 맞으며 음식도 건강하고 좋은 것만 먹는다고 나름 애쓰는 시간을 보냈다. 이식일이 다가올수록 주사를 맞으라면 세 달이건 여섯 달이건 맞을 수 있으니 임신만 되게 해 달라는 간절하게 기도했다. 이 고생을 한번 더 하는 것이 자신 없기 때문이었다.     


수정되어 배양된 배아를 이식하기만 하면 되니 병원에 나 혼자 가도 되는 날이었는데. 그래도 오늘이 가장 중요한 날이니 병원에 같이 가겠다는 남편을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난임 과정을 겪으며 나의 짜증을 가장 많이 받아내고 있는 남편에게 고마웠다가 미안했다가 하는 요즘이다.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당신이 알아?’ 하면서 원망스러운 마음이 되었다가도 남편과 함께하는 외출길이 혼자 하는 외출보다 훨씬 든든하고 안정감이 생기는 걸 보면 각자 독립된 개인처럼 보내던 결혼생활에서 점차 서로의 보호자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체감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병원에 도착해 피검사를 위해 피를 뽑고 한참 대기를 했다. 이식 전 처방받아 주사했던 임신유지 호르몬의 수치가 어느 정도 올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일정 수치 이상으로 올라오지 않으면 추가 주사를 맞아 호르몬 조절을 해서 임신 확률을 높이는 과정이 추가된다. 주사실에서 내 이름을 호명하셨고, 배아 이식을 앞두고 혈전을 예방하는 주사와 임신유지 호르몬을 높여주는 주사를 직접 배에 놓아주셨다. 아프고 멍이 잘 들기로 유명한 주사라고 했는데 앞으로 며칠은 더 맞아야 하는 주사라는 설명을 들었다. 실제로 눈물이 찔끔 날 정도로 아팠다.      


주사실에서 곧바로 시술장으로 안내받았다. 인공수정을 하면서부터 자주 얼굴을 봐왔던 터라 이제 간호사 선생님들과도 익숙한 인사를 주고받았다. 간이침대에 누워 대기를 했다가 수술실로 안내를 받고 갔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고 손을 잡아주시면서 “좋은 생각만 합시다. 스트레스받으면 안 되지. 다 잘될 거예요.” 하고 말씀해 주셨다. 눈을 감고 배아들이 자궁벽에 찰싹 붙길 간절히 기도했다. 시술은 정말 금방 끝이 났고 나는 회복실에서 잠시 누워 안정을 취한 후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임신 확인까지 이제 남은 시간 2주. 그동안 맞을 주사들과 질정을 한가득 처방받아 집으로 향했다. 차가 막혀 더 힘이 들까 봐 병원에 올 때는 매번 대중교통으로 왔는데. ‘아 오늘만은 차를 가져오자고 할 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겨우 자리 잡은 배아들이 자궁벽에서 톡 떨어지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수없이 상상하며 걸음걸이조차 조심스러워졌다.     


여러 번의 시술을 거쳐오면서 주사를 맞고 난자채취를 하느라 이제는 마치 임신한 것처럼 툭 튀어나와 버린 배를 괜히 쓰다듬었다. 자궁이 배아들을 따뜻하게 진득하게 꽉 붙잡아주길, 배아들이 야무지게 잘 자리 잡아주길 간절히 기도했다. 남은 2주의 시간이 눈 감았다 뜨면 빨리 지나가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험관 시술의 결과, 과연 임신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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