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날 땐 맨몸으로 태어난다. 돌아갈 땐 맨몸마저 두고 간다.
돌아가는 그 날까지, 빌린 몸으로 각자만의 임무를 완수한다.
누군가의 아들로, 딸로, 친구로, 배우자로 얽히고설켜
너의 작음도 커다란 의미로 지어간다.
오늘 태어난 지 4일 된 쌍둥이가 폭격으로 죽었다.
한 맺힌 부모의 절규가 미디어를 통해 세계에 전달되고
참혹한 전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음을,
4일 된 쌍둥이가 오늘도 평온한 하루를 보낸 지구 반대편 누군가를 일깨운다.
무력감을 뚫은 우리의 작은 기도가 하늘에 닿고
5천 마일 멀리 있는 무너진 가슴에 닿을 수 있기를
내게 주어진 삶의 임무가 거창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 하루만 해도 지어질 의미가 무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