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글쓰기
2020.07.18
요즘 들어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주제는 있지만 첫 문장을 시작하기가 힘들다. 지금도 그렇다. '지금도' 글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 시간, 글쓰기라는 게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구나를 돌아보게 된다. 왜냐면 글쓰기에는 답이 없으니까 답이.
원래 정답이 없는 문제가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소위 말하는 전문가들이 글쓰기 비결에 대해 말할 때도 '그냥 써'라고 하지 않던가? 글쓰기를 오랫동안 해온 나도 이 말에 공감을 하고 있다. 하지만 무조건 쓰기만 하던 '그냥'이라는 존재마저 희미해지는 요즘이었다.
요즘 들어 다른 일에 전념하면서 글쓰기와 멀어지는 순간들이 많았다. 정신이 없다 보니 마음도 그렇게 편하지만은 않았다. 그러다가 다시 글을 쓰려니 내가 오랫동안 쌓아왔던 '무언가'를 잃어버리게 된 기분. 정답이 없는 글쓰기에서 느끼고 있는 이런 아이러니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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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죽기 전에 주마등이 스쳐가면서 일생을 돌아본다고 하는데 혹시 글쓰기에도 이러한 순간이 찾아온 건 아닐까? 글을 쓰는 일에 죽음이 찾아온다는 생각을 하고 나니 글쓰기를 돌아보게 된다. 나에게 글을 쓴다는 건 무엇이었는지.
글을 쓴다는 건 감정을 털어내는 일 같다. 그렇다 보니 순간의 감정에 따라 다른 느낌의 글이 나오기도 한다. 같은 주제더라도 말이다. 감정에 응어리가 질 때면 그 순간에는 글이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무언가 멈추는 기분이랄까. 그러다 순간. 하루. 일상의 감정이 괜찮아지면 다시 글을 쓰기 위해 노트북 앞에 앉는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쓴다. 글쓰기는 기다림을 반복하며 감정에 귀를 기울이는 일이다. 글을 하나의 감정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이렇게 두서없이 끝내는 글도 나쁘지만은 않다.
글쓰기를 생각하며 돌아보고 나니 지금은 어쩌면 글쓰기의 죽음이 아닌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이지만 동시에 성장의 순간이다. 인생과 같이 글을 쓰는 일에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에는 지금처럼 당장 무엇을 해낸다기보다는 가만히 글쓰기를 돌아보면 된다. 글쓰기란 무엇인지, 생각하다 보면 자연스레 지나갈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