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보면 알아요

by 행부

관상은 과학일까요?


정확히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지만, 뭔가 느껴질 때가 분명히 있어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고 할까요. 처음 만난 사람인데 계속 자기 자랑만 늘어놓거나, 다짜고짜 말을 놓으려고 하거나, 자꾸 말을 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면 '이 사람 조심할 것' 하고 신호가 오거든요. 이런 판단 덕분에 불편한 상황을 피하고 위기를 넘긴 적도 있어요.


이런저런 사람과 상황을 겪으면서 경험이 쌓이면, 무의식적으로 나만의 빅데이터가 구축되는 것 같아요. 마치 인공지능처럼요. 어떻게 작동되는지는 모르겠는, 결과는 보여주지만 과정은 알 수 없는, 그런 거죠. 그래도 파도처럼 밀려오는 상황들을 빠르게 판단하기에는 좋아요.


하지만 이런 경험은 우리 삶에 울타리를 쳐서, 안쪽은 안전지대, 바깥은 위험지대로 나누기도 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울타리는 점점 높아지고요, 느낌은 확신이 되어가죠. 좋고 나쁨을 가르는 속도도 점점 빨라져요. 그래서 경계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이 울타리가 새로운 경험을 가로막는 성벽이 될 수도 있거든요.


마음이 부드럽고 말랑한 어른은 경험의 벽을 쌓으면서도 문은 활짝 열어둬요. 다른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요. 안전한 본진을 두고 세상과 계속 연결되고 소통하는 거죠. 그렇지 않으면 마음은 몸보다 빠르게 굳어버릴 거예요. 몸이 굳으면 여기저기 불편해서라도 나아지려고 노력하는데, 마음은 그렇지 않거든요. 오히려 더 편하다고 느껴서 변화를 피하게 돼요.


그렇게 서서히 굳고 딱딱해지면 꼰대가 되고 심술궂은 노인이 되는 거 아닐까요? '내가 옳고 남은 틀려', '나는 잘하고 있는데 상황이 문제야',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어'라는 생각만 하게 되는 거죠. 얼마 전에 지하철에서 청년에게 자리를 양보하라고 소리 지르던 할아버지가 떠올라요. 그 분도 누군가의 아들, 아버지, 동료일 텐데, 어떻게 저렇게 높은 성벽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되셨을까요.


문득 거울을 보게 돼요. 내 얼굴 어딘가에도 성벽이 하나둘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나이가 들수록 얼굴에 그 사람이 드러난다고 하잖아요. 가만히 얼굴에 드러난 나를 들여다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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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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