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 내 육아에 노련한 사람 어디있나요
'애가 사두가 있다고 내과에서 말하던가요?'
영유아 검진과 예방접종을 근처 내과에서 했다고 하니 소아과의사가 날 선 말투로 말했다. 37일 된 애가 사두가 있으면 뭐 얼마나 있으랴. 오른쪽으로 자는 걸 좋아하는 튼튼이를 왼쪽으로 자주 재우고 있기에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저렇게 말을 하니 사두도 문제가 되는 건가 싶었다. 아기 왼쪽 눈에 눈곱 끼는 건 언제부터냐며 조리원 의사가 누구길래 (왜 조리원에 오는 소아과 의사를?)이렇게 됐냐는 식의 타박도 했다. 모유수유에 전혀 집착할 필요 없고 엄마가 스트레스받으면 안 해도 된다는 친절한(?) 조언까지.
병원에서는 애가 황달 수치가 6.4고, 갑상선 자극 호르몬도 6.2이니 다음 주, 그 다음 주에 와서 자꾸만 채혈을 하란다. 5kg도 안 되는 아이의 발에 찌를게 뭐가 있다고 계속 오라고 하는지 신경이 점점 날카로워졌다.
모유수유를 끊으라 했다. 이틀간 황달 수치가 내려가면 모유가 황달의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기에 그럼 다른 장기의 큰 문제가 아니게 되니 '황달 원인을 찾고자' 모유를 주말에 중단하라고 했는데 그 말에 붙잡고 있던 멘탈이 탈탈 털려버렸다.
잘 주고 있는 젖을 끊자는 말을 들은 게 한 달 동안 벌써 두 번째였다.
첫 번째는 유선염이었고 두 번째는 이 황달증세였던 것이다.
2주 전 유선염 때문에 몸살이 와서 집 앞 내과를 갔다. 내과 의사는 한쪽 젖의 모유수유를 이틀간 중단하라고 했다. 유선염이 있는 젖은 유축하고 다른 쪽 젖만 이틀간 물리란다. 아이에게 젖에서 나오는 세균을 먹일 거냐는 무시무시한 협박(?)과 함께. 유축이라는 게 말이야 쉽지 유방에 있는 젖이 전부 나오지 않을뿐더러 다른 쪽 젖은 충분하지 않아서 분유를 보충해야 하기에 쉽지 않다. 너무 이상했다. 국제모유수유전문가들(이런 전문가 단체가 있는지도 몰랐지만)과 유튜브의 소아과 아이돌, 하정훈의사선생님은 그냥 젖을 물려야 유선염 증상이 없어진다고 했기 때문이다.
산후관리사님과 논의하여 젖은 계속 물렸다. 허나 유선염이 워낙 심했던 나머지 약을 이틀 먹어도 차도가 없어서 유방외과를 겨우 예약해서 갔더니 의사 선생님이 쿨하게 직수를 계속하란다. 역시 젖을 굳이 끊을 필요가 없었다.
황달 증세도 수치가 15가 넘어가지 않았고, 신생아를 벗어난 시기이기 때문에 빌리루빈이 뇌까지 침투해서 애를 바보로 만드는 핵황달의 치명적인 상황은 아닌데도 젖을 이틀간 끊고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사 선생님이 영 못 미더웠다. 또다시 소아과 아이돌 하정훈 선생님과 모유수유를 적극 권장하는 정유미 원장님의 유튜브를 찾아보니
'황달 원인 진단 위해 모유수유 중단하지 않습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떡하니 올라와 있었다.
남편 지인의 소아과 의사샘에게 물어보니 요즘은 그렇게 모유수유를 중단하라고 안 하는데 그 소아과가 조금 올드패션이란다. 황달도 수치가 높지 않으니 아이의 간 해독 능력이 높아질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아이를 키우니 모든 게 걱정이었다.
잠을 안 자면 몸에 이상이 있나 싶어 걱정 잠을 많이 자면 탈수 증세가 올 까봐 걱정
젖을 양 쪽 다 먹고 자면 너무 많이 먹어서 걱정 젖을 한쪽만 먹고 자면 배고플까 봐 걱정
깨어 있을 때 놀이를 못해주면 발달을 안 할까 봐 걱정 터미타임과 타이니 모빌 몇 분 틀어주고는 과잉자극일까 봐 걱정
손싸개를 하면 손이 늦게 발달할까 봐 걱정 손싸개를 빼면 얼굴을 할퀼까 봐 걱정
몸무게가 많이 늘면 비만이 될까 봐 걱정 적게 먹고 자면 위장에 문제가 있나 걱정
조리원에서 많이 울지 않아 아이가 감각이 둔한가 걱정 집에서 잠 안 자고 계속 보채고 울어서 예민한가 걱정
갑상선에 황달에 사두에 눈곱에 걱정 걱정 걱정
걱정이 많은 게 걱정
자라면 다 해결될 일들인데 신생아 육아는 처음이라 부채장수 우산장수 엄마처럼 나는 자식이 한 명인데도 모든 게 걱정거리였다.
관리사님이 신생아 한 달 지나면 기저귀 개수가 준다고 했는데 여전히 튼튼이는 하루에 서른 개를 족히 쓰기에 좀 많다고 했다. 간 기능 때문인가 갑상선 때문인가 싶어 남편의 지인 의사 선생님께 문의를 했다.
'하루에 기저귀를 서른 개 넘게 쓰는데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요'
'많이 먹으니까 많이 싸겠지요'
남편 지인에게 이딴 질문으로 앞으로 차단을 당하면 어떡하나 걱정. 그렇게 또 걱정이 +1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