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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nil Choi Dec 21. 2016

프랑크 푸르트 공항에서

로마로 가는 길

    시카고를 출발한 비행기는 예고된 시간보다 거의 사십 분 정도 일찍 독일 프랑크 푸르트에 도착했다. 독일 항공사라서 그럴까? 하는 짧고도 엉뚱한 생각도 해보면서... 내리자마자 연결 비행편의 터미널과 게이트 번호를 확인하고 열심히 걷는다. 거의 십여분을 걸어온 끝에 다른 터미널 입구에 도착했다.


터미널을 다른 쪽으로 옮겨가는데 뭔가 체크포인트 하나에서 여권 검사를 한다. 입국 심사다. "아... 이탈리아가 최종 목적지이지만 유럽연합 입국심사만 받으면 되는 거구나." 하는 것도 이탈리아 로마에 도착해서야 확인되었다. 그냥 제복 입은 젊은 독일 이민국 혹은 공항 직원이 별로 묻지도 않고 스탬프를 팡팡 찍어준다. 환승하는 사람들만 오는 곳이라서 그런지 훨씬 한가하고 쉽게 넘어갔다. (라고 하기보다는 어버버 하는 사이에 지나갔다는 게 맞는 표현이겠지.) 뭔가 센 척 진지해 보이려 하지만 약간 멍한 표정으로 보이는 젊은 심사관의 스탬프와 함께. 그리고 오히려 기내 수화물 엑스레이가 더 철저하구나 싶은 검색대도 지나고 나니 드디어 다음 터미널이다. 

생각보다 한가해서 좋았던 프랑크푸르트 공항

   

    대부분 금발의 백인들, 막상 도착해서 보니 워낙에 백인이 절대 다수인 미국 북부의 한 주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그냥 큰 감흥 없는 상태였다. 게이트 지역을 들어서자마자 있는 ATM에서 또 한 번의 이탈리아보다 독일 은행이 믿을만하겠지 하며 출금을 시도했다. 환전 없이 유럽에서 출금을 계획하고 왔는데 아무리 해도 잘 안된다. 첫 퀘스트부터 난관인가... 결국 미국의 체이스 은행에 전화해보니 한 번에 500달러 이상을 출금하려고 해서 그렇다고 한다....  환율 차이를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백 유로를 빼려 하니 달러로는 500달러를 조금 넘는 금액이라는.... (뭐 이런 초보 같은 삽질을.... ) 아무튼 생각보다 쉽게 해결하고 현금까지 안전하게 손에 넣었다. 첫 번째 도착 미션 완료.


    티켓도 손에 들고 있고, 현금도 찾았고, 게이트도 확인하고 때마침 널찍한 테이블을 차지하고 편하게 앉아있다. 그런데 나는 묘하게 항상 경유지의 공항에 도착하면 뭔가 이유 없이 멍해진다. 이유는 모르겠다. 게다가 독일 공항이지만 바로 머리 위의 독일 티브이에서는 계속해서 영어로 된 뉴스가 나와서 나도 모르게 티브이를 보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전혀 유럽같이 안 느껴졌다. 거의 두시간여를 기다리는 동안 딱히 할 거도 없고 사람 구경이 나하고 슈니첼 샌드위치를 하나 나눠 먹으며 앉아있었다. 뭔가 8시간의 비행에 지쳐서 일까 카메라도 들지 않았고 그저 비행기 타서 잠이나 자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나이 먹어서 그런가 바보처럼 지나가는 간판만 봐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씩 웃어야만 하는 여행을 헤엄치는 두근거림이 아직 내게 오지 못했다.


이젠 나를 이탈리아로 보내줘!! 게이트 앞에서...


    그리고 언제나처럼 시간은 흘러서 어느새 로마행 비행기에 앉았다. 제일 앞줄이라서 여유롭게 앉아서 여기저기 두리번거린다. 비행기의 흔들림이 적어지는 높이와 속도에 이르자 뭔가 드라이한데 생각보다 꿀맛인 샌드위치를 하나 받아먹었다. 기내 방송은 독일어 이탈리아어 그리고 종종 영어가 나온다. 못 알아 들어서 죽지는 않겠구나 하는 즈음 비행기는 알프스를 넘어가기 시작한다. 그렇다. 산이라고는 볼 수 없는 동네에 사는 내게 드디어 여행다운 풍경이 밖에 펼쳐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씩 웃기 시작한다. 두근거림, 드디어 몸이 여행을 시작했다.


만년설이 보이는 알프스


하지만 누가 알았겠는가. 그 영원히 맑을 것만 같았던 이탈리아 로마에 비가 오고 있을 줄은...

아... 너무하는군 앞도 안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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