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눈
벚꽃을 보면 어김없이 그가 생각이 났다. 따뜻한 날에 내리는 눈이라며 소년같이 좋아하던 그의 모습을 생각한다. 그는 나보다 6살이 많았는데도 벚꽃 앞에서 만은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었다.
차로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에 사는 그와 평일엔 늦게 마치는 나 때문에 그때의 우리에겐 평일 데이트란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는데, 그날은 참 이상했다. 그가 벚꽃을 함께 보고 싶다며 평일에 회사 앞으로 온 것이었다. 난 일 욕심이 많은 편이라 평소 야근이 일상이었지만, 그날 만은 업무를 뒤로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그를 만났다.
근처 파스타 집에서 식사를 하고 함께 듣고 싶다며 직접 골라온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핑크빛 도시를 몇 바퀴나 돌았는지 모르겠다. 28살 34살 무채색의 어른에서 5살 7살 순진무구한 어린이의 모습으로 풍성한 벚꽃 나무 길을 지나가던 그 광경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 벚꽃도 기억 깊은 곳에서 그를 불러냈다. 나도 그에게 벚꽃에 생각나는 여자일까? 종종 나에게 소녀 같다며 말하던 그도 나에겐 소년의 모습이었던 그때, 꿈에서 만나도 눈물 날 것 같던 그 장면을 실제 함께 했음에 그날 나에게 벚꽃 보자고 와준 그에게 이제와 서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다. 소중한 추억 선물해줘서 너무 고맙다고, 벚꽃 눈을 보며 당신을 기억하겠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