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1. 황제로 회귀하다.
40대에 접어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와 지친 몸을 따뜻한 물로 위로한다. 뽀얀 물안개 사이로, 김 서린 거울에 내 모습이 언뜻 비친다.
배만 불룩 나온, 거미형 몸매. 그래, 바로 이게 인격이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칫솔에 치약을 묻혔다.
-툭-
너무 많이 묻혔나. 칫솔에 넘치게 묻힌 치약이 떨어진다. 시선은 발끝으로.
허나,
치약을 발견한 것은, 내 배 위였다. 더 이상 웃음도 안 나온다. 이건 심하잖아. 혼잣말로 중얼거린다.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아 건강검진을 받았고, 결과는 참혹했다. 당뇨 지표를 알 수 있는 당화혈색소는 6.0으로 당뇨 전단계, 몸무게는 비만에 가까운 과체중. 혈압도 높았고,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지 않아, 고지혈증 진단도 받았다.
잦은 야식으로 수면의 질도 나쁜 탓에, 자고 일어나면 몹시 피곤했다.
카페인 도움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 할만큼.
한 마디로, 총체적 난관. 쉬는 날이면 소파에 파묻혀, 드라마를 보며 과자와 아이스크림을 먹던 나날들.
바리스타 자격증도 땄다. 달달한 시그니쳐 음료를 만들어, 다양한 케이크와 함께 즐기기 위해서.
이 모든 일의 결과는, 중력의 도움을 받았음에도 미처, 바닥에 닿지 못한 치약이 말해주고 있다.
"너도, 내 배 위에 떨어질 줄은 몰랐지?"
듣는 사람 없어도 소리 내어 말해본다. 코와 입으로 습기가 들어와 답답하다. 솔직히, 건강검진 결과의 각종 안 좋은 수치보다, 지금 이 상황이 더 충격이다. 예전 드라마에서 비슷한 상황을 보고, 깔깔거렸는 데, 현실이 되었으니.
-탁. 탁.-
괜히 늘어진 뱃살을 손바닥으로 두어 번 쳤다.
"진짜......"
이렇게 살다가는, 계속 이렇게 살다가는, 내 몸이 버티질 못한다. 아직, 하고 싶은 일도, 먹고 싶은 것도, 가고 싶은 곳도 많은데. 배에 치약이 떨어진 사건. 사소한 일이었지만, 내게는 크게 다가왔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서러웠다. 심장이 뛴다. 이렇게 살면, 끝이 불 보듯 뻔하다. 그래서,
"이렇게 늙을 수는 없다. 내 배를 거치지 않고, 바닥으로 떨어지는 치약을 위해서, 한 번 해보자! 예전으로 돌아가자!"
소리쳤다. 아랫집에서 올라오지 않을 만큼의 목소리로. 뱃살이 출렁거렸고, 덕분에 배에 걸쳐 있던 치약은 바닥에 떨어졌다. 마치, 축구경기 시작 전에 던진, 동전이 떨어지듯. 다시 젊어지기 위한 신호였고, 선수인 나를 위로하는 상징이었다.
...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무려, 3년. 3년 동안 노력했다. 아니, 집착했다. 다시 예전 몸으로 돌아가기 위해.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16:8 간헐적 단식을 하였다.
저녁 6시에 식사를 마치면, 점심은 다음날, 10시 이후에 먹었다. 처음에는 주말에만 그리하다가, 차츰 매일 그렇게 하게 되었다.
운동은, 하루 30분 이상 꾸준히 하였고, 식단도 단순당 (설탕, 과당, 액상과당)과 정제 탄수화물(빵, 떡, 국수, 흰쌀밥)들은 피했다. 식사할 때도, 채소, 고기, 밥순으로, 그러니까 식이섬유, 단백질, 탄수화물 순서를 지켰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어려웠으나, 익숙해지니 괜찮았다. 익숙해지니, 생활이 되었고, 삶이 되었다.
그리고 습관화가 되니, 굳이 집착하지 않아도 그리 살게 되었다. 건강하게.
가끔 피자, 치킨, 떡볶이가 먹고 싶을 땐, 먹었다.
다만, 조금만 먹고 버렸다.
돈보다, 아까움보다, 내 몸이 더 중요하기에. 그렇게 노력한 결과, 내 몸무게는 82kg에서, 70kg
약 12kg 감량에 성공했다.
단지, 그뿐일진대, 많은 것이 변했다. 외모, 컨디션, 자신감. 생각보다 많은 것이.
그리고,
이제는 이것이 자연스러웠다. 몸이 탄탄해지고, 얼굴도 맑아졌다. 당화혈색소는 5.6으로 정상이 되었고, 혈압도 괜찮아졌으며, 콜레스테롤 수치도 좋아졌다.
건강검진 결과가 그리 말해주었다.
하여,
기분이 좋아, 오랜만에 술을 좀 마셨다.
그리고, 여느 때처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한다.
-툭-
칫솔에서 떨어진 치약은 내 배를 그대로 지나쳐, 바닥 위로 철썩. 붙어 버렸다.
"그래. 바로 이거지. 바로 이거야......"
김서린 거울을 기분 좋게 닦으며 울먹였다.
누가 들었으면 비웃었으리라. 배에 묻은 치약 때문에 노력했다는 소리를 한다면.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여기 이렇게 바뀔 수 있었다.
백화점 푸드코트에서도 달콤한 케이크대신 샐러드를 집을 수 있었고, 친구들과 술 먹는 대신, 땀을 흘리며 달릴 수 있었다.
그 노력의 결실은 내 몸이 말해주고 있다.
내 목표는, 누군가에겐 사소하지만, 나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동기였다.
"수고했어."
거울에 흔남과 훈남, 경계선에 있는 사람이 눈시울이 붉어진 채, 서 있다. 바로,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매우 기분이 좋았다. 몸 컨디션이 좋아지니 잠도 깊게 자고, 일어나서도 개운했다.
자기 전에, 핸드폰을 멀리하고, 책을 읽는 습관을 들였다. 어제까지 읽던 책은, '진시황의 불로초'라는 책.
흥미로웠지만, 읽다가 잠들기 일쑤였다. 남은 책 분량을 보니, 얼마 되지 않았다. 오늘까지 읽으면 끝나겠군.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펼쳤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평소보다 더 깊게. 어느 정도 잤을까?
주변이 시끄러웠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 시간에 이럴 리가 없는 데. 그리고, 해가 뜬 것처럼 주변이 밝아졌다.
"뭐...... 야......"
나는 눈을 비볐다. 그때, 엄청난 함성이 들린다.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머리를 울리는 소리와 무거운 몸. 두통이 심하다. 이게 뭐지. 눈앞에 사람들이 가물거린다.
술이 덜 깼나.
"황제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분명, 나를 향하는 목소리다.
"뭐야?"
나는 그제야 벌떡 일어났고, 앞에 도열한 사람들은, 순차적으로 엎드리기 시작했다. 마치, 도미노가 쓰러지고 물결이 서서히 밀려나듯이.
"도대체!"
나는 소리쳤고, 모두가 겁에 질려 몸을 떤다. 분명 집에서 잤는 데, 이 풍경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사극인가? 영화인가? 아님 대체, 무엇인가? 몰래카메라? 규모가 큰데?
다시 자리에 앉았다. 주변 풍경을 넋 놓고 둘러보았다. 역사책에서 보던 것들이 눈에 띈다.
말 문이 막히고, 숨이 멎는다.
푸른 하늘, 폐를 가득 채우는 청량한 공기. 고풍스러운 궁궐들과, 사람들의 낯선 복장.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가. 부정했지만,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여기는 중국이다. 그리고, 나는 황제가 되었다.
2. 필자의 이야기.
필자의 키는 174.5cm이다. 30대 후반에 접어들자, 기초대사량이 떨어진 탓인지, 몸무게가 80.9kg로 급격하게 늘었다. 체질량 지수는 26이상으로 비만이었고, 허리둘레는 87cm였다. 평소 운동은 꾸준히 해왔음에도 불구, 살이 급격히 찐 상황이라 위기감을 느꼈다. 총콜레스테롤은 249, 중성지방은 81, HDL은 58이었고, LDL은 180이었다. (단위 mg/dl)
살이 찐 후, 코를 골기도 했고, 수면의 질도 나빠졌다. 원인 모를 가려움증과 더불어 계단 오를 때 숨도 찼다. 충격적인 사실은, 임신한 아내와 함께 거울에 섰을 때, 내 배는 아내 못지않았다.
아저씨. 배만 불룩 나온 낯선 아저씨가 시무룩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충격이었고, 공포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식습관이 나빠서? 불규칙한 생활 패턴? 음주?
물론 영향은 있겠지. 허나, 근본적인 원인은 노화 때문이다. 젊었을 때는 문제가 없던 식습관도, 30대 이후부터 노화가 진행되며 체중이 늘고, 각종 대사질환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하던 대로 먹고, 살던 대로 살면 문제가 생기게 된다. 차로 비유하면, 30년 이상 된 차를 안전하게 타기 위해서는 관리가 필 수 이 듯 말이다. 또한, 50, 60대는 심혈관질환 위험까지 커지고, 70대부터는 인지기능까지 떨어진다.
하여,
정상 체중 만들기부터 집착하기로 했다. 체중 관리가, 항노화의 시작이라 판단했기에. 다들 알겠지만, 살 빼기는 쉽지 않다.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강박을 가져야 한다. 부제목을 ‘항노화 집착’이라고 한 이유도, 나빠진 몸 상태를 예전으로 되돌리는 방법은 집착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집착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에 늘 마음이 쏠려 잊지 못하고 매달림.’이다.
항상 생각했다. 먹을 때도, 운동할 때도, 친구 만날 때도, 심지어 잠들기 전까지도. 마음 일부분은 항상, 내 몸에 대해 잊지 않고 매달려야 했다. 반드시 노화를 되돌리고 싶었기에.
마치, 어느 드라마의 회귀한 주인공처럼, 다시 적절한 체중과 컨디션 좋은 몸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공부하고 실천하며 노력했다. 그럼에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처음에 시도한 방법은 황제 다이어트. 탄수화물을 제한하고,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방법. 초반에는 살이 빠지는 듯하였으나, 다시 요요가 왔다.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다이어트가 아니었다. 탄수화물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이것을 평생 제한 할 수 있는가? 아니다.
더하여, 일시적인 다이어트는 필연적으로 요요를 동반한다. 요요 없는 체중 감량을 원한다면, 근본적인 식습관을 바꾸어야 하고, 그 습관은 생활화, 즉, 일상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일상이 되었을 때, 건강을 해쳐서도 안 된다. 그래서 고민했고, 최종 선택한 방식이 간헐적 단식이다. 간헐적 단식이 항노화의 가장 큰 무기라고 자부한다. 그래서 이 책의 대부분도, 여기에 할애하였다.
필자는 식단을 동반하지 않은 12:12 간헐적 단식을 1년, 16:8단식을 1년, 식단을 동반한 16:8단식을 1년간 하였다.
이렇게, 약 3년간 간헐적 단식을 한 결과를 자세히 적어보겠다.
물론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필자가 한 간헐적 단식이 정답이라고 말하진 않겠다. 사람마다 맞는 방법이 다르니. 허나, 간헐적 단식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에 관해서는, 여러 서적과 매체를 이용, 탐독하고, 필자 몸에 적용하여, 정확히 알고 있다고 자부한다.
집착의 결과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내 몸을 이용한 임상실험일진데, 아직 쓴 날 보다, 쓸 날이 많은 내 몸을 관리하는 것일 진데, 어찌 소홀할 수 있겠는가.
더불어, 식단과 운동 부분에 있어서는, 전문가인 국민건강보험공단 운동지도사의 조언을 따랐으니, 여러분들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항노화를 위한 다른 노력 또한, 필자의 에너지 레벨을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발전시켰다. 객관적인 지표는 물론, 주관적인 피로도도 훨씬 감소하고, 몸도 가벼워졌다.
가시적으로 볼 수 있었던 부분은 스파링. 원래, 필자는 복싱 스파링 3분 3라운드 정도만 해도 몹시 힘들었는데, 지금은 6라운드도 가볍게 소화한다. 필자도 놀랐지만, 코치님도 신기해하셨다.
그렇게 늘어난 체력으로, 서울시 복싱대회에서 우승도 하는 등, 멋진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필자처럼 긴 시간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짧은 시간 내, 원하는 몸무게와 컨디션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
더하여, 각 챕터의 핵심이 담겨있는 단편소설을 통해, 딱딱한 정보를 쉽게 풀어냈다. 편안하게 소설 읽듯 읽으시다 보면 관련 지식을 자연스레 습득하실 수 있음을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