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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는 정보가 다르면 다른 선택을 할까?

원근법과 거미집이론

by Purity and humility

원근법은 중요한 미술 기법 중에 하나다.


고정시킨 시점에서 투명한 평면 위에 나타나는 장면을 들여다보는 것을 뜻하며 회화 원근법이라고도 불린다.


그림을 그리는 이와 대상 사이에 수직으로 세워진 투명한 평면상에서 화가는 단일하게 고정된 시점에서 대상의 윤곽을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그려진 회화는 정해진 위치에서 바라보았을 때 실제의 광경을 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리고 시점은 중앙으로 응집되어 한 점으로 귀착된다. 이 점을 소실점이라고 하며 이러한 방식에 의한 원근법을 중앙소실 원근법이라고 한다.


라파엘로 <아테네학당>


라파엘로가 그린 아테네학당의 그림은 이런 원근법에 기초한 교본과 같은 걸작이다. 이 그림 안에는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 등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우는 많은 철학자의 모습도 있으며 작가는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혹은 그 시대에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철학자가 소실점 가까운 위치에 있다.


자연스럽게 가운데 소실점으로 두 철학자의 모습이 눈이 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경제학에서도 이러한 원근법과 소실점을 바라보는 주요한 이론이 있다.

경제학 원론에서 배우는 거미집 이론이다. 공급 주체와 소비 주체가 서로 각각 다른 정보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각 주체는 합리적 효율적인 선택을 하기 때문에 생산량과 가격의 교차점은 결국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균형점으로 수렴하게 된다는 이론이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는 일반적으로 시차를 두고 생겨나고 이것은 시자에서의 수급불균형을 초래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장에서 결정되는 가격 변동으로 말미암아 시장 참여자들이 새로운 가격체계에 적응하게 되면서 불일치의 정도는 점차 줄어들게 된다.



중요한 변수는 역시나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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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는 점에서 결정된다. 균형 가격을 통해 수요자와 생산자는 소비 혹은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긴다


거미집이론은 가격변동에 대하여 수요와 공급이 시간차를 가지고 대응하는 과정을 규명한 이론이다. 가격의 변동에 대응하여 수요는 즉각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데 반해 공급은 반응하는데 일정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시장에서 가격은 이러한 시간차 때문에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친 후 균형가격에 도달하게 된다. 그 균형점에 도달하는 과정이 거미집의 모양과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여담으로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아래쪽에 사색에 빠진 미켈란젤로를 그려넣음으로써 경의를 표현하고 하지만 주변에 문하생 한 명 보이지 않게 그림으로서 본인의 라이벌에 대한 조롱도 섞었다.


더 신기한 것은 유클리드 뒤편 공을 들고 있는 두 사람 옆에 검은 모자를 쓴 미소년이 라파엘로 자신이다. 왜 본인은 자신을 저렇게 미소년으로 묘사한 것일까 생각해 볼 일이다.


한 편의 그림을 보고 거미집 이론을 떠올린 것은 심한 직업병일 것이다


한 장의 그림 안에 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곱씹어보고 알고 있는 지식과 대조해 보는 것도 또 다른 해석의 재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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