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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oad Movie 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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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an 10. 2023

가을의 길목에 뉴욕을 떠나며

2022.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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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중순 뉴욕의 한여름에 도착해 한국에 비하면 더운 것도 아니라고 좋아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그런 내 생각을 뒤엎는 폭염을 지나 8월 중순을 넘어 한국에 갈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아쉬웠던 마지막 1주일 동안에도, 나는 뉴욕에서의 내 루틴대로 아침이면 센트럴파크에 조깅을 하러 가거나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침엔 어느새 아침 공기가 달라지고 해가 짧아졌다 느껴지더니, 이 날은 하늘이 높아 보였다.


 여름의 한복판을 지나 가을의 초입에 들어섰구나.

 한 계절을 무사히 지났다는 감사함, 가을이 주는 설렘에 아침부터 뭉클한 마음. 높아진 하늘만큼 이제 뉴욕과 멀어질 시간이 다가오니 말이다.


 그리고 나는 왜 뉴욕의 하이라이트가 여름인지, 기울어진 아침 햇살을 받아내는 센트럴파크를 보며 확신했다. 여기서 더 시간이 지나 가을이 되면 어여쁜 단풍색들이 여름에 대한 그리움을 상쇄시켜 주겠지만, 그 시간에 닿기 전 센트럴 파크는 푸르른 그 색이 마음껏 드러나지 않아 여름의 그것과 확실히 비교가 되었다. 가을을 보지 못하고 간다는 아쉬움을 나는 이렇듯 나만의 이유를 찾아 덜어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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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했던 것처럼 당연한 듯 걸었던 뉴욕의 거리는 금세 꿈같은 곳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또 곧 나의 익숙한 일상 속으로, 마치 꿈을 관통해온 듯 들어가겠지.


 한 번도 여행을 고민 없이 떠나온 적 없었지만, 그럼에도 늘 부딪혀야 했던 생각들 때문에 주눅 들었던 지난날을 떠올리며 이제 더 이상 그 생각들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시작한 뉴욕 여행이었다. 그리고 뉴욕에서 내내 나는 그런 내 생각을 절대 바꾸지 말라는 격려와 확신 속에서 보냈다.


 뉴욕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그날, 그리고 그 외에 다른 여행들을 결정할 때마다 들었던 확신, 그리고 결국엔 내 확신이 맞았다고 말해주는 여행들 속 증거들이 내 안에 한가득 쌓여 있다. 이야기로 치면 한 권으로 엮기도 부족한 내 여행 이야기들이 낸 결론은, 이제 내 마음에 부정할 수 없는 사실로 각인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므로 이제 성공과 실패로 내 이야기를 판단당할까 봐 두려워하지 말고, 주어지는 한 기꺼이 힘을 내어 이 길을 가겠노라고 나는 다짐한다.


 센트럴파크를 다녀오며 이런 마음들로 마음이 울컥했던 아침이 기억난다.

 기쁘고 감사한 마음에, 그리고 지난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며 함께 끌어올려진 감정들에 눈물이 솟구쳤던 아침. 마침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본 영화 <Respect> 속 아레사 프랭클린의 대사가 내 다짐에 힘을 실어주는 듯했다.


 "그분이 저와 함께하셨죠. 제가 달아나면 다시 잡으셨어요."


 그녀가 그랬듯 나를 이끄시는 그분을 신뢰함으로 남은 내 삶의 여정을 살리라.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처럼 열을 지어 떠올라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생각들이 나에게는 정말이지 선물과도 같았다. 늘 이처럼 감사로 여정을 마무리할 수 있으니 어찌 내게 여행이 틀릴 수 있을까. 나에게 여행은 누가 뭐래도 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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