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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Road Movie 2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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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작가 Jun 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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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Seattle to Incheon

 검색대 통과할 때 유모차에서 내리라 하면 울고, 비행기 기다리면서 언제 타냐고 울고, 비행기 타러 들어갈 때 유모차 접으라고 하면 울고, 자리에 앉아 벨트 채우려고 하면 안 한다면서 벨트 사이로 빠져나오던 아이.


 네 살 아이는 이제  모든 과정에 울지 않고 기다릴  안다. 심지어 알아서 벨트를 채우고  채운 자신이 뿌듯한  벨트를 톡톡 치기까지 한다. 어쩌다  쯤은 비행기 언제 뜨냐고 물어보지만 창밖 비행장에 서있거나 달리는 비행기를 보며 스스로 납득한 , 그저 반갑게 ‘비행기 친구들이 있어요한다. 아이가 자라는 모습이 여행의 기억들과 함께  가슴에 오롯이 박히고 있다는 사실을 이렇게 확인할  나는 왠지 모르게 아이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미국 서부 여행을 마치고 시애틀에서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면서 나는 이 여행 중 마지막으로 하나 더 아이의 성장 기록을 추가했다. 연착된 비행기를 기다리는데 화장실이 가고 싶다는 아이에게 처음으로 혼자 화장실다녀오라고 해본 . 짐도 문제였지만 워낙 공항에 사람이 많아 자리를   뜨면 앉을자리를 찾기 힘들  같기도 했고, 아이 걸음으로 10초면 가는 거리이니   시도해 보기로 한 거다. 여행을 하다 보면 어떤 일이든 아이가 절대 못할 거라는 생각을 많이 놓게 된다. 물론 처음에는 보내 놓고 보이지 않는 아이를 사람들 사이로 찾으며 ‘지금쯤이면 손을 씻고 있겠지’라는  동선을 상상하고, 심지어  작은 일에 ‘하나님 아이가  다녀오게 지켜주세요라고 기도까지 하던 . 다행히 아이는  일을  마치고 나를 향해 달려왔는데, 아이 역시 스스로도  일을 해냈다는  아는  무척이나 뿌듯한 표정으로 뛰어   옆에 앉았다. 그리고 금세 자기가 보던 만화  화면으로 눈을 돌린 아이는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엄청 빨리 뛰어 왔어요!’라고 말한다. 이 별 거 아닌 일에 엄마 마음은 또 얼마나 뿌듯하던지, 나는 ‘장하다 우리 아들, 멋지게 잘 크고 있어’라 말하며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아이가 자라면 쿨하게 보내주는 엄마가 되겠노라 해 온 나는, 막상 아이 혼자 멀리 떠나는 날이 오면 가슴이 떨릴  같다는 생각을   처음 해봤다.  작은 시도 한 번에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옆자리에 앉은 아이를 향해 고개를 돌렸는데, 여전히 은 아이의 팔목에 눈이 갔다. 핏덩이던 아이 모습을 생각하면 많이 컸지만 아직은 가녀린 아이의 몸. 순간 이 아이가 자신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 어딘가로 훌쩍 떠나도 될 만큼 클 때까지 이를 잘 품어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아이가 잘 자랄 수 있는 밭이 되어 주리라. 아이의 엄마로 살아보지 않았다면 결코 해볼 수 없는 이런 다짐을 하면서 나는 엄마로서의 내 성장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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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주로를 빙빙 돌다 드디어 떠오르기 위해 엔진 소리를 키우는 비행기 . 시애틀에서  날들  가장 안개가 자욱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는데 나는 오랜만에 이유를   없는 벅찬 기분에 눈물이 차올랐다. 왜일까 가만히 생각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돌아가서 지낼 일상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이 여행을 떠나오기 전 나는 내 여행과 삶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무너져 내렸던 터였다. 그 상황을 떠올려보니 내가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황을 떠안고 여전히 세상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으며, 그 여정의 한 복판에 ‘지금’ 내가 있다는 사실한 감격 같은 게 인 것 같았다. 그리고 빠르게 안개를 제치고 구름으로 빈틈없이  하늘의 경계 로 오른 비행기 안에서 너무나도 맑은 창밖을 보며, 헛된 기대일지라도 안갯속 같은  삶에 이렇듯 맑은 풍경을 보게 될 날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차올랐던 것 같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여행  어딘가에서 경계를 뚫고 올라갈만한 힘이 내게 심기어졌기를, 부디 그 힘이 비행기 착륙과 함께 힘을 잃지 않기를. 그리하여 성장 그다음의 시간을 잘 쌓아 올리는 내가 되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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