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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토리 Apr 01. 2021

앞으로도 이어질 우리의 삶과 연애

아빠가 죽고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너무 많은 사건과 사람들이 엄마와 나를 스쳐 지나갔다. 특히 엄마의 삶을 관통하는 '연애'라는 주제는 나에게 외로움을 삼키며 엄마에 대한 분노를 키워가게 만든 주요한 기제였다.


엄마와 나의 연애에 대한 교차적인 서술은 그 차이로써 서로의 멀어진 강을 더욱 넓히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다만 그 강의 넓이를 좁히고 엄마를 이해하고 싶다는 나의 몸부림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듯하다. 페미니즘을 만나며 나 또한 연애의 경험을 쌓아가며 엄마를 이해할 수 있는 영역들이 넓어지면서 감히 시도할 수 있었던 일이기도 하다.


정상가족 프레임이 보여주는 험난한 세상 속 '울타리'로써 가족 관계는 우리에게 없다. 우리의 모녀 관계는 그보다 더 건조하고 버석하다. 한때 엄마의 인생에 8할이 연애인 것만 같아 엄마에게 느꼈던 서운함과 외로움은 당시에 내가 느낀 분명한 감정이다. 하지만 당시에도 나는 엄마의 무한하고 절대적인 사랑을 원했던 것은 아니다. 한 공간을 같이 사용하는 구성원으로서의 경계를 보호받고, 엄마가 느끼는 여타의 외로움과 허전함을 내가 채울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컸을 뿐이다. 물론 기댈 수 없었던 어린 나에게 응답받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었겠지만.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재생산하는 모성과 희생에 대한 감각들은 엄마와의 관계 속에서 조금씩 무뎌졌다. 페미니즘을 만나며 그것이 만들어내는 폐해와 고착된 여성의 삶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졌다. 다만 엄마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틀을 조금 더 빨리 만났더라면 나의 심연 깊이 자리한 외로움이 조금은 얕게 자리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이런 아쉬움과 후회 속에서도 엄마와 나의 관계, 우리의 삶은 이어질 것이고 또 어떤 일들을 만나게 될지 우리는 예측할 수 없다. 다만 엄마를 이해하고, 또 이해하고 싶다는 마음을 이어가며 다소 거칠었던 삶의 이야기들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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