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직요정 Nov 20. 2023

3. 대만에서 초등학교 알아보기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

대만은 사는 지역 및 구역에 따라 학교가 배정된다. 따라서 보내고 싶은 학교가 있다면 그 학교로 배정되는 구역으로 이사를 가야 한다. 소위 명문 초등학교라고 불리는 학교들은 입학 경쟁이 얼마나 치열한지, 이사 간다고 그 학교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 애초에 그 지역에서 태어나야 겨우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아무튼 이직요정 주니어를 어느 학교에 보낼지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1. 국제 학교

2. 로컬 학교 (공립/사립)  

3. 한국 학교


각 학교의 장단점을 정리해 봤다. 먼저 국제 학교는 영어를 익힐 수 있고 사는 지역과 상관없이 지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학비가 어마 무시하다는 단점이 있다. 그에 비해 로컬 학교는 학비가 저렴하고 중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하나하나 TO를 알아보고 나서 TO가 있는 학교에 갈 수 있는 주소지로 이사를 해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학교는 스트레스가 비교적 적고 한국 교과과정을 배운다는 장점이 있지만, 회사에서 거리가 멀기도 하고 '굳이 대만에서 한국 학교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한국 학교는 가장 마지막 순위로 두고, 국제 학교와 로컬 학교를 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국제 학교로 마음이 많이 기운 상태였는데, 어떤 분의 조언을 듣고는 로컬 학교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조언의 내용은, 로컬 학교를 다니다가 국제 학교로 옮기는 것은 쉽지만, 국제 학교는 로컬 학교만큼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기 때문에 국제 학교를 다니다가 중간에 로컬 학교로 옮기기는 너무 힘들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국어는 거의 늘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 회사 근처의 로컬 학교를 알아보기 시작했는데, 검색하다 보니 "쌍어(雙語) 학교"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만에서는 매년 정부가 수십 개의 학교를 쌍어 학교로 지정하여 영어 수업을 독려하고 있다고 한다. 즉, 대만의 교육과정(중국어)을 따라가면서 영어 수업의 비중을 높인 학교인 것이다. 아래는 작년(2022년)에 쌍어학교로 지정된 타이베이의 초등학교 목록이다.

쌍어 학교 목록은 구글에서 雙語國小(shuāngyǔ guóxiǎo 쌍어 초등학교)로 검색해서 찾아본 것이다. 한 번 쌍어 학교로 지정되면 웬만해서는 매년 쌍어 학교로 지정되는 듯하다.


내가 학교를 선택한 과정은 다음과 같다:

목록에서 원하는 지역의 쌍어 학교를 하나하나 검색해 보고 시설이 괜찮아 보이는 학교들을 구글맵에 모두 저장한다  그중에서 회사에서도 많이 멀지 않고 평점도 좋은 학교에 전화해서 TO를 확인한다 이 과정을 반복한다.


운 좋게도 가장 원하던 학교에 TO가 있어서 전학 수속을 위한 절차를 물어봤다. 당시엔 회사에서 제공하는 호텔에서 묵고 있었는데, 원래는 학교를 정하고 이사를 할 생각이었다. 근데 학교에서는 전학 수속을 밟으려면 주소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해서 부랴부랴 이사할 집 알아보고 서류 떼느라 정신없었다. 그렇게 학교에 주소지를 전달하고 나서야 전학 수속 서류들을 받을 수 있었다. 학생 및 학부모 신상 카드와 이런저런 동의서들이었다. 뭘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 란(예로 긴급상황 발생 시 대피 장소, 부상 시 가야 하는 병원 등)은 공란으로 냈는데 딱히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공립학교여서 학비는 따로 없었고, 방과 후 활동비와 급식비, 학급비, 돌봄비 정도를 납부한다. 한 학기에 약 80만 원 정도 들었던 것 같다. 방과 후 활동은 신청 기간에 요일별로 원하는 활동을 신청하면 되고, 학기 중 오후 4시부터 5시 반까지 운영된다. 배드민턴, 축구, 야구, 탁구, 농구, 태권도, 권투, 댄스, 바이올린, 합창, 과학, 레고, 코딩, 인라인스케이트, 영어, 수영 등 정말 다양한 활동들이 있다. 그리고 외국인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학교에서 무료 중국어 수업도 해준다. 아무래도 외국인 맞춤 수업이다 보니 다른 교과에 비하면 가볍게 들을 수 있었던 수업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금 생각해도 참 괜찮은 학교였다는 생각이 든다.


대만의 학기제는 우리나라와 다르게 9월에 1학기를 시작해서 1월 중순쯤에 겨울 방학을 한다. 겨울방학은 2-3주 정도로 매우 짧다. 아마 대만의 겨울은 별로 춥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대신 여름은 매우 더워서 6월 말이면 여름방학이 시작돼서 8월 말/9월 초까지 쭉 쉰다. 여름방학이 길어서 놀러 다니기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너무 더워서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들지 않는다. 그 덕분에 주니어는 9월 학기 시작 전에 집에서 부지런히 기초 중국어를 다질 수 있었다. 대만에서는 주음부호(=뽀포모)라는 것을 쓰는데, 주음부호를 읽을 줄 알면, 1~3학년 교과서는 다 읽을 수 있게 되니, 웬만하면 주음부호는 떼고 학교에 가는 것이 여러모로 수월하다.

로컬 학교에 적응을 못하면 국제 학교로 보낼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국제 학교도 적응 못하면 한국 학교로), 기특하게도 너무 잘 다녀줘서 고맙고 대견했다는 후일담.


이직요정의 대만 생활기(라고 쓰고 생존기라 읽는),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