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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직요정 Oct 21. 2024

자녀 동반 입국

일반 워킹 비자나 학생 비자와는 다르게 워홀은 가족 동반이 안된다. 그렇다고 물리적으로도 같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 워홀 비자 하나만으로 직계 가족이 비자 없이 동반 입국이 안된다는 뜻이다. 즉, 가족의 비자를 따로 받으면 같이(동시에) 입국하는 것은 하나도 문제가 안된다. 


주니어는 학교를 다닐 것이기 때문에 학생비자를 받아도 되지만, 우선 관광비자로 들어갈 생각으로 여행허가증을 신청했다. 


* 여행허가는 캐나다 정부 사이트에서 eTA(Electronic Travel Authorization)를 신청하면 된다.


굳이 이렇게 한 이유는 워홀은 가족 동반이 안되지만 워홀 비자로 받은 워크 퍼밋으로 자녀 무상교육 신청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교육청마다 답변이 가능하다/불가능하다로 다르다고 하는데, 밑져야 본전으로 일단 해보고 안되면 그때 학생비자를 신청할 요량으로 일단 주니어는 여행 허가만 받아서 캐나다에 들어온 것이다.


그래도 명확한 것이 아니라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할 때 혹시라도 우리를 돌려보내면 어쩌지 노심초사했는데, 비행 내내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도(사실 잠만 잘 잠) 별 질문도 없이 무사히 2년 워크 퍼밋을 받아 캐나다에 들어올 수 있었다. 주니어는 여권 만료기간만큼의 Visitor Record를 받았는데 이게 무척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한다.


캐나다 공항 안에서의 이야기를 좀 더 해보자면, 일단 비행기에서 내려서 입국 심사를 하러 갔다. 컴퓨터로 간단하게 입국 심사를 한 뒤 출력된 종이를 나중에 공항에서 나갈 때 제출하면 된다. 그러고 나서 짐을 찾으러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우리 짐이 나오지 않았다. 웬만한 짐들은 다 나온 것 같은데 우리 짐만 안 나온다. 그때 옆에 있던 중국인 할머니가 너무 자연스레 중국어로 "너네도 짐 안 나왔니?"라고 물어봤고, 동지가 생겼다는 기쁜 마음에 그렇다고 했다. 할머니도 한국발 비행기를 타고 오셨다고 했다. 할머니는 재빠르게 직원에게 가서 짐이 안 나왔다고 했고, 직원은 그 할머니를 어딘가로 안내했다. 나도 쫓아갔는데, 거기에도 우리 짐은 없었다. 그래서 나도 할 수 없이(솔직히 영어에 자신이 없다) 직원에게 물어봤는데, 이민국에 가서 얘기해 보라고 했다. 어차피 이민국에서 워크퍼밋도 받아야 했기에 잘됐다 싶었다.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이민국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앞에 보이는 풍채 좋은 직원에게 여권과 준비해 온 자료를 전부 넘겼다. 직원은 이름 부르면 오면 된다면서 안에 앉아있으라고 했다. 이미 짐 찾느라 시간이 많이 흘러서 이민국 안에도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한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맘씨 좋게 생긴 할아버지가 나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서류를 보면서 캐나다에 왜 왔냐고 질문을 하고는 "너(이직요정)는 일하러, 너(주니어)는 공부하러 왔지?"라고 혼자 대답하길래 나는 "YES"만 연발했다. 예상 질문을 쭉 뽑아놓고 답변 달달 외워왔는데 단 한 줄도 말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주니어의 여권 만료기간이 1년 남짓 남아있었는데, 내년에 여권 연장하고 다시 와서 Visitor Record를 연장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기쁜 마음으로 여권을 받아 들고나가려다가 짐 생각이 나서 다시 입구에 있는 풍채 좋은 직원에게 내 짐을 못 찾았다고 했다. 직원은 내 표를 보더니 최종 도착지에서 짐을 찾는 프로세스고, 여긴 경유지라서 그런 거라고 했다. 그래서 내가 일정이 바뀌어서 환승은 하지 않을 거라고 했더니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15분 정도 후에 내 짐이 이리로 올 거라고 했다. 정말 얼마 후에 이민국까지 연결된 레일을 타고 내 짐들이 하나씩 나왔다. 풍채 좋은 직원은 그새 카트를 가져다 놓고 그 무거운 가방들을 너무 가뿐하게 카트에 옮겨줬다.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이민국을 나왔다.


그렇게 우리는 캐나다로의 첫 발을 내디뎠다.


공항 밖 10월의 캐나다는 생각보다 춥지 않은, 시원한 가을 날씨였다.

10월 3일 밤 9시가 넘어서 한국을 떠났는데, 캐나다 공항을 나올 쯤엔 10월 3일 오후 7시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와하하 우리 과거로 왔어!"


이미 어두워졌지만 탁 트인 캐나다의 하늘을 보며 우리는 미리 구해둔 우리의 첫 캐나다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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