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집, [기억되지 않는 대화들]의 첫 번째 이야기
9. 모든 지시를 올바르게 따라주십시오
문이 열렸다. 모든 것이 끝난 방 안의 공기는 더욱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다. 마침내 철컥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 차가운 공기를 가르며 안내자의 무미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나가셔도 됩니다."
민준은 긴장된 얼굴로 안내자를 바라보며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을 열었지만, 목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안내자의 표정은 무심했으나, 그 눈빛에는 묘한 경고의 빛이 감돌았다. 그는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대며 속삭였다.
"쉿."
그 짧은 한마디가 방 안에 울려 퍼지며 민준의 생각을 얼어붙게 했다. 무언가 알아차린 듯한 민준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방을 나서며 문 밖으로 나오는 순간에도, 그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의문과 혼란이 뒤엉켰다.
안내자는 뒤에 남아 늘 그렇듯 조용히 뒷정리를 시작했다. 흔적을 지우고, 필요한 문서를 작성하는 그의 손놀림에는 일말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 책상 위에 놓인 문서에는 이미 익숙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모든 지시를 올바르게 따라주십시오. 이로 인한 불상사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그 문구는 마치 그 방 안에서 일어났던 모든 일을 예견하기라도 했던 것처럼, 차갑고 무심하게 서 있었다.
민준과 서연의 대화는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