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미풍에 실려오는 꽃향기를 맡듯이
괴로움이 싹 다 없어져가지고 즐거움만 남아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인생이 괴롭다 보니 우리는 한 번씩 이런 곳을 꿈꾸지요. 오직 즐거움만 있는 곳, 그곳이 극락일까요? 한데, 극락이 저 멀리 어딘가에 있기는 한 걸까요? 극락(極樂)은 최고의 즐거움을 뜻하는 한자어로 어떤 산스끄리뜨의 번역어지요. 불교 용어이기도 하고요.
원어는 수카와띠(sukhavatī)입니다. 수카가 또 나왔지요? 말 그대로 풀면 즐거움을 지닌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극락이라는 번역은 좀 극단적이지요? 뭔가 저세상 즐거움 같은 걸 연상시키지 않나요? 하지만 수카는 그런 즐거움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수카는 마치 더운 날 나무 그늘에 앉아서 시원한 바람을 맞을 때처럼 그런 기분 좋은 상태를 말합니다. 쾌락, 향락, 월드컵 4강에 진출했을 때의 기쁨이 아닙니다.
요가수뜨라에도 수카가 여러 차례 등장하지요. 이미 앞에서 한번 보셨지요? 사실 수카의 범위는 굉장히 넓어서 모든 좋은 느낌과 감정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합니다. 문맥에 따라 편안함에서 쾌락까지 다 가능하지요. 실제 수행법을 다루는 2장 사다나 빠다(साधनपाद, sādhanapāda)를 살펴보면, 수행을 위해 앉았을 때 수카와 스티라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합니다. 원문을 한번 볼까요.
स्थिरसुखम् आसनम्(sthirasukham āsanam, 스티라 수캄 아사남)
뜻은 이러합니다. “견고하고 편안한 것이 좌법이다.” 좌법은 흔히 책상다리, 양반 다리, 아빠 다리로 불리는 좌식문화에 익숙한 아시아 인들의 일상적인 앉는 방식에서부터 요가 수행자들이 취하는 꼰 다리 또 꼬고 앉는 방식까지 다양합니다. 어떤 좌법으로 앉든지 간에 일단 자세가 안정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스티라(स्थिर, sthira)라고 합니다. √stha(서있다, 머물다)에서 온 말이지요.
이 견고함 또는 안정감(स्थिर, sthira)에다 편안함 또는 안락함(sukha, सुख)을 더하면 좌법의 질이 완성됩니다.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이라는 광고 문구처럼, 안정된 좌법에서 느끼는 그런 편안함이 수카인 셈이지요. 설마 앉아서 쾌락을 느끼지는 않겠지요? 그렇다면 아주 놀라운 능력입니다만.
따라서 수카와띠, 즉 극락은 극한 즐거움이 넘치는 곳이 아니라 평온한 기쁨을 소유한 마음의 상태를 말합니다. 일시적으로 수카였다가 일상적으로 두후카(괴로움)인 그런 상태가 아니라, 마음의 괴로움과 괴로움의 원인이 소멸되므로 얻게 되는 평온한 즐거움이나 잔잔한 기쁨의 경지를 말합니다.
그렇게 괴로움의 원인마저 다 타고 없어진 걸 니르와나(निर्वाण, nirvāṇa)라고 하지지요. 열반의 원어입니다. 1990년대 미국의 유명 록밴드의 이름이기도 하지요. 너바나(Nirvana)라고 부릅니다. 아마 미국에서 한창 불교가 새로운 정신문화로 확산되던 때에 영감을 많이 받은 모양입니다. √vā(불다)에서 온 말이지요. 주로 없음(without)을 뜻하는 접두어 nis를 덧붙여서 촛불 따위를 '불어서 끔'이 되었지요.
현대 힌디어에도 그대로 남아서 해방이나 소멸을 뜻하는 말로 사용됩니다. 이미 설명드렸다시피 힌디 발음으로는 '니르완'이라고 하지요. 네, 맞습니다. s가 r로 바뀌었지요. 유성음 v를 만나서 그리 되었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